네 멋대로 써라 - 글쓰기.읽기.혁명
데릭 젠슨 지음, 김정훈 옮김 / 삼인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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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학을 배우는 것, 주식투자법을 배우는 것은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면 될까?

문득 이런 질문을 하게 된 이유는 글쓰기를 배우는데는 얼마의 시간이 필요할까를 생각하게 되어서이다.

글을 쓴다는 것...

나에겐 글쓰기가 타고난 재능의 문제이지 배운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미 세상에 알려진 재능있는 작가들의 소설과 만화, 그리고 인문학서 등을 읽는데에 만족하며 지냈는데 얼마 전, 한 신문기자가 쓴 기사에서 글쓰기에 관한 책 중 데릭 젠슨의 [네 멋대로 써라]가 단연 최고라는 것을 읽고서는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글쓰기의 최고의 책이라니 당연히 딱딱하고 교과서적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이게 정말 성인용 책인가라는 의심이 들만큼 청소년, 아니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의 어희력과 이해력만 있어도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아주 부드럽고 쉬운 문체와 스토리로 구성이 되어 있어서 단숨에 빨려들 듯 읽어버렸다.만화처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읽을 수 있는 대단한 책이다.

 

데릭 젠슨을 만나고 싶다.
그는 작가이자 철학자, 글쓰기선생이자 농부라는데 글을 써야하는 이유와 방법을 누구보다 고민을 많이 한 사람임을 알 수 있었기때문이다.
그리고 솔직하다!

남보다 얼마 안 되는 지식을 알고 있는 것을 과대포장해서 현학적인 어투로 지루한 설명을 하는 선생들이 난무하는 이 땅에서 책을 통해서 참 달고 시원하며 깨끗한 물을 마신 것처럼 그렇게 속이 뚫리는 기분을 느꼈다.

 

 젠슨은 자신이 남의 글을 읽고서 느낀 것 중에서 가장 큰 괴로움은 역시 지루한 글을 읽을 때였던 것 같다.그래서 무엇보다 '읽는 사람을 지루하게 하지 마라'라는 장이 앞서 나오는데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지는 부분이 많이 있다.

게다가 학교교육에 대해서도 고리타분한 당위성을 들고 나오는 여느 학자들과는 사뭇 다른, 자신만의 식견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모두 학교를 싫어하는 건 놀랄 일도 아니다. 그리고 우리가 학교를 싫어한다는 사실은 아주 좋은 일이다. 우리가 아직도 살아있다는 뜻이니까."

 

처음에 이 책을 선택했을 때의 기대는 솔직히 나의 생각와 느낌을 어떻게 하면 타인에게 조금 더 잘 표현할까에 있었다.

표현력의 문제를 해결해 주길 기대했었다.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재미있고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는 '스킬'을 배우고자 했다.

 

그런데 젠슨은 눈에 확 띄는 글쓰기 기술은 안 가르쳐주고 계속해서 땅을 파고 있는 느낌이 들 만큼 글을 쓰는 사람의 자세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한 번도 의식해보거나 문제의식을 가져보지 못한 부분을 자신과 주변인들의 솔직한 경험을 통해 독자 스스로가 생각해보게 인도하고 있는 진정한 철학자, 농부이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남에게 주어버릴 수 있는 책이 결코 아니다.
내 옆에 두고 글쓰기에 대한 욕심과 가벼움이 생길 때마다 제대로 된 방향을 찾아줄 수 있는 등불같은, 나침반같은 지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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