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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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을 당해 본 적이 있는가? 

저자의 미국유학생활 경험을 통해서 가정에서 육아를 담당하면서 본 혜택이 바로 영화보기였다.  당시 한국에서 상영되지 않았던 미국영화를 마음껏 테잎을 빌려다 놓고 보면서 행복했던 시절이라는데 그 때의 경험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그 풍부한 내용을 자랑하고 있다. 

백인우월주의가 민주주의의 나라라는 미국에 그토록 뿌리 깊게 스며 있어서 문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백인이 주인이며 똑똑하며 지배하는 나라라는 것을 아주 무섭게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파헤쳤다.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내용을 간간히 흘려주면서 영화의 주제와 벗어난 날카로운 비평은 정말 읽는 즐거움을 너머 보람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하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문화이다. 이 문화의 힘을 악용해서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며 또한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지배의 힘으로 삼는 이 악랄한 행태에 대해 절대 고분고분 말을 듣지 않는 판단력 또한 대단히 멋있기만 하다.   

 

 

 

 특히 호모피아가 낳은 위스키고백이란 소제목에 붙은 내용은 매우 빠르게 변하는 세상의 성에 대한 현실을 여유있게 관망하는 자세에서 같은 남성으로서의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왜 같은 동성애작품이면서도 호모가 출연한 영화보다 레즈비언이 출연한 영화가 보기 즐거울까를 솔직하게 써 댄 것이 재미있기만 하다. 

 김두식이란 저자의 책이 잘 팔리는 이유는 어쩌면 교수라고 위선을 떨지 않고 오히려 그 나이대의 남자로서 솔직하고 보편적이며 대중적인 심리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관대하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이지 않을까! 그의 글 가운데 항상 논리의 중심엔 고통받는 약자가 서 있다. 그러면서도 그 고통을 받는 사람들 가운데 자신은 해당사항이 거의 없다. 오히려 관찰자에 가까운 면이 더 많기때문에 어느 편을 들지 않고 객관적일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주변에 커밍아웃을 놓고 고민하는 게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을 때, 이 동성애의 문제가 억압과 사회적인 감옥으로 가두어 놓아서 해결될 수 있는 한계를 이미 벗어났다는 판단이 들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서로 같은 시대와 공간에서 조율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편이 훨씬 더 현실적이란 생각이 들었다. 

 

 

 

 ``````````해고된 식당 여성노동자들의 투쟁을 다룬 밥.꽃.양```````````````````````````````````````````````` 

밥을 짓다가 파업의 선봉에서 투쟁의 꽃이 되었고 결국 남성중심의 노조와 회사측의 협상에서 희생양이 되고 만 아줌마들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선포하는 저자! 이 문제가 비정규직의 사회문제로 확대되고 마침내 정규직 노동자의 문제로까지 확산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서슴지 않았는데 과연 그런 예언이 적중할까, 참으로 궁금하다. 

파업이나 노동현장의 문제를 다룬 영화가 <파업전야>,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빌리 엘리어트> 등으로 공감대를 형성하며 영화 자체의 예술성까지 겸비한 작품이 그리 많지 않다고 했는데 난 오히려 무겁고 회피하고 싶은 주제의 영화를 이렇게나 많이 알려 준 저자의 영화광에 가까운 노력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음...이 책이 재미있는 이유 또 한 가지! 

저자가 글을 쓰면서 나름 흥분하고 소리가 높아지는 대목은 나 역시 평소 울분에 가까운 응어리가 졌던 부분이기 때문에 함께 소리를 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영화 누가 등급을 매기는가!' 가 바로 그렇다. 남들은 당연시 여기는, 어쩌면 한 번도 의문을 품어보지도 않은 이 문제에 대해 영화를 보면서 여길 이러게 모자이크처리를 해 놓으면 어떻게 알아보라는거야! 하며 팩 성질이 나는 겻도 여러 번, 정말 그럴바엔 차라리 영화를 보여주지 말지 수준이 낮은 사람들의 생각은 어쩌면 그리도 안목이 없는지... 

한국에서는 국가가 영상물등급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소수자의 시선을 가진 사람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아주 낮다는 사실을 털어 놓았다. 이 대목에서 또 울컥하는 이유는, 그럼 영원히 이 땅에서는 모자이크와 가위손으로 영화를 편집하는 시절이 계속되리라는 끔찍한 현실이 앞에 있다니! 

  

 

 

다시 인종차별의 문제로 넘어와서 모든 생명은 동등한 가치를 갖는가? 라는 다소 초등학생같은 질문을 던지는 저자를 만나게 되었다. 

누구나 알 듯이 자본주의사회에서 동등하다는 것은 없다. 부와 명예, 사회적 신분과 인맥으로 형성된 힘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달라진다. 뿐만이 아니라 인권에 대해 밝은 서구문화권에서 조차 얼굴 색깔에 따라 사람의 가치가 달라지는 것 또한 분명한 실태이다. 

미국의 오바마가 첫 흑인대통령이라고 하지만 그의 얼굴 색과 속의 문화는 전혀 다르다. 즉 검은 백인이라는 뜻이라는 것을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다. 제노싸이드의 종착역은 과연 어디일까? 오늘 이 글을 쓰고 있는 시간에도 이 비좁은 한반도에서는 피부색뿐만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같은 남과 북이 서로를 향해 포를 쏘고 눈에 핏발을 세우고 전쟁을 방불케하는 전의를 불사르고 있는 현실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 수 많은 영화들을 보며 그냥 껄껄 웃으며 재미있네, 없네로 가치판단하지 않고 그 속에 들어 있는 불편한 진실들을 건드려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한 저자의 노력과 안목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또한 언제 한 번 직접 만나 책에 다 싣지 못한 영화들에 대해서도 각자의 소견을 나누어 볼 수 있는 기회를 꼭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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