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미학 산책 - 한시의 아름다움과 깊이를 탐구한 우리 시대의 명저, 완결개정판
정민 지음 / 휴머니스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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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이야!  

시가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라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재미가 없는 시는 감동은 커녕 공감조차 못 불러 일으킬 것인데 이 책에 소개된 시들은 하나 같이 시를 쓴 사람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갈증들이 생생하고 절절히 느껴진다.  

절묘하게 맞춰 떨어지는 운은 그렇다치더라도 스님의 웃는 낯과 시커먼 속을 대조시킨 그 놀라운  통찰력은 어떠한가! 선인들의 지혜가 요즘사람 못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하는 구절이다. 

단순히 풀어서 설명하기 보다 그림을 그리듯 쓴 시가 가장 쉽고도 머릿 속으로 상상할 수 있기에 처음 순서에 나온 듯 싶다. 그러다가 당시와 송시에 이르러서는 보여주는 시가 나오니 참으로 대단하다. 

 

 

한시의 딱딱한 문법적인 틀만 배웠을 뿐인데도 자꾸 읽을수록 그 선인들의 지혜와 비꼬는 묘미에 정말 참 진한 맛을 느꼈다. 하루에 몇 편 정도를 읽고자 계획하지 않더라도 그냥 손에 잡히면 시 속에 담긴 지혜와 웃음때문에 하루의 고단함이 솜사탕처럼 훅 불면 날아가버렸다. 

 

내가 가장 좋아하게 된 시는 남포의 비밀이다. 

비 개인 긴 둑에 풀빛 고운데 

남포에서 님 보내며 슬픈 노래 부르네. 

대동강 물이야 언제 마르리 

해마다 이별 눈물 푸른 물을 보태나니. 

 

정시상의 [송인]은 아무리 읽고 또 읽어도 그 맛이 살아 있다. 이렇게 짧은 시 한 편이 가슴에 남는 여운은 어떤 영화 한 편을 본 것보다 훨씬 깊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생활과 멀었던 시, 그것도 한 시가 담긴 이 책이 귀한 보물이 될 것 같다.현실의 고단함과 부조리함 속에서조차 그것을 어찌 타파할 방법을 찾지 못하고 고작 몇 줄로 그 한스러움을 토로한 시가 왜 점점 좋아지는 것일까! 

이 긴 겨울의 어둠속에서 가슴에 막힌 듯 세월의 찌꺼기가 온통 나를 괴롭게 하고 있을 때조차 한시를 통해 내 마음을 명경으로 만들고자 한다. 그 뒤에 참 시에 대한 사랑과 시를 쓰는 것도 꼭 해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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