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시인의 해설로 먼저 시작되는 구성이 독특했다. 보통 해설이 책 뒤에 수록되는 경우를 많이 봤기 때문이다. 번역서이고 시라는 문학 특성으로 이렇게 배치한 듯하다. 해설이 앞에 있어 사실 시를 읽어내는 데 도움이 되긴 했다. 이 시집에서는 실존 인물의 이름, 지명 혹은 상징적으로 불리는 이름, 명칭 등 어찌 보면 생소한 단어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다 보니 내용에 몰입하기가 어려웠다. 르노어, 소네트, 이스라펠, 율랄리, 울랄룸... 영어를 쥐뿔 아는 것도 없지만 시의 경우는 원문을 함께 넣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는 의미가 함축적이고 본래 언어로 쓰인 운율과 분위기가 있어서 아무리 잘 번역해도 그 느낌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 르노어! 르노어는 대체 누구인지 뭔지 너무 궁금하였는데 다행히 책 뒤 도움말 설명에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었다. 본문 뒤에 도움말과 옮긴이의 말이 있다. 옮긴이의 말을 보면 고민 많이 하고 번역하신 부분이 시를 읽으면서 느껴진다. 애너벨 리는 눈으로 읽는 것 말고 입으로 소리 내어 낭독해 봐야 알 수 있다. 순서 상관없이 도움말과 옮긴이의 말, 에드거 앨런 포 연보까지 먼저 읽고 본문을 읽어도 무방할 듯하다.
인상적이었던 시는 아무래도 까마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