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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겁인 空劫人 - 한국의 유마 백봉 거사와 제자들
최운초 지음 / 비움과소통 / 2011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의 대표적 유마 거사 백봉을 보다.
우연한 기회로 『空劫人』이란 책을 구하여 읽었다.
불교를 다룬 책이지만 공겁인, 백봉 등 익숙하지 않은 단어들이라 호기심으로 펼쳤다.
이 책은 백봉의 지도를 받은 제자 중 11인의 인터뷰를 정리한 것이다.
제자들이 증언하고 겪은 내용 중에 진솔하게 와 닿고 공감하는 부분을 보았다.
반면, 공감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은 수긍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인가를 받는다는 것, 소위 득도했다는 것이 쉽지 않게 여겨지는 것이 솔직한 생각이다.
이 점은 읽는 본인이 불교에 관한 기본 소양이 부족한 측면에 기인하고, 인터뷰에 응한 제자의 생생한 증언이 다소 주관적인 측면에 기울어 일반독자인 본인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도 있을 거라고 보고, 또 깊이, 견해와 느낌의 차이일 수 도 있겠다.
분명한 것은 재가 수행자들인 우리들에게 수행하고 공부하는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각각의 여건에 맞는 모습을 견주어보게 하는, 불교를 마주하여 ‘거사’의 신분에서 수행하는 이들에게 다양한 시각과 과제를 제공하는 선물꾸러미로 전혀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백봉 김기추 거사는 20세기 ‘한국의 유마 거사’로 본다고 한다.
백봉 거사는 ‘허공으로서의 나’를 근간으로 전통적인 화두에 대응하는 ‘새말귀’를 제창하여, 전통적인 화두 수행이 어려운 재가 수행자 위주로 일상생활 전부를 화두로 들게 하는, 현대인에게 적합한 새로운 수행 방법을 제시하였다고 한다.
백봉 거사를 따랐던 묵산 스님의 파격(?)이 좋았다.
황정원 거사는 산지니 출판사에서 ‘불교와 마음’ 이라는 책-능엄경을 해설한 분으로 알고 있다.
재가 불자가 불교의 진정한 주체가 되는 불교를 정착시키고 싶다는 성태용 거사.
사는 것이 절실해지니까 공부 또한 절실해졌다는 전근홍 거사.
빛깔도 소리도 냄새도 없는 나-‘내가 뭣꼬?’를 든 안경애 보살. 비싸지 않은(?) 백봉의 ‘인가’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기도 한다.
초심을 냈을 때 열심히 하고, 지속되어야 하고 그렇게 쉬지 않고 끝장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수열 거사-그래서 초스피드로 안경애 보살과 결혼하신 것 같다.
군 입대를 앞두고 청사포에서 환송회를 열었다는, 오늘 청사포 해월정사에서 108배를 마치고 금강경을 독송한 이 독자에게 청사포가 새삼스럽게 다가왔다..김명식 거사-수행을 앞두고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단다.
광안동에서 새말귀 선원을 운영하는 이황우 거사-누가 종교 애기하면 “내 자신을 믿으면 되지,뭘 다른 걸 믿느냐?”하다 자신이 바로 부처인 불교야 말로 내 자신을 믿는 것과 같다는 말씀이다.
아직 독신으로 계신다는 쌍둥이 자매 정선주, 영주 자매도 등장한다. 이 분들 말씀에서 몇 번 가 본 해운정사가 반갑게 등장한다. ‘도’를 공부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아상이 세고 제일 독종이고 욕심 많다..우주를 다 먹으려 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그럴 것 같다.
이 책을 통하여서는, 언급된 11인 중에서 김광하 거사의 말씀에 가장 눈길이 갔다.
백봉 거사께서 너무 편하게 공부하는 제자들을 일깨우기 위해 부엌에서 서서 밥 먹게 했는데, 소화도 어렵고 불쾌한 마음도 들다가, 결국 대접받는데 익숙한 자화상을 보고 아상을 발견하게 되는 일화는 충분히 공감을 불러 온다.
나의 살림살이로서 자기 전 한 두 시간 참선하고, 아침에 한 두 시간 앉아 자기의 모습을 굴려 본다는 자세를 본받고 싶다. 또 허공법문도 있지만 허공으로 보고 허공으로 생각하다 보면 허공의 최면에 걸린다..허공처럼 보는 것인데 사람의 의식 속에 있는 모든 미망, 오만, 교만은 그대로 있는 것이다..관념적으로 접근한 연유일 것이라 본다.
고통을 보면서 연민을 느껴야 하는데 이 연민은 모든 사람에 대한 연민이어야 하고, 그럴 때 이걸 해결하겠다는 발심이 나오고, 깨달아야겠다는 보리심이 나오고, 그리고 깨달음이 있다는, 이런 과정이 없으면 불교가 아니라는 해석에 박수를 드리고 싶다.
그리고 재가 수행자들에게 희망을 준다.
백봉 선생님이 56세에 공부를 하셨다는 것이고, 공부를 안 해도, 화두든 뭐든 확실하게 한 가지 수행을 열심히 하면 견성할 수 있다는 거다.
정한 법이 없다, 법은 굴려야 한다. 법에 굴림을 당해서는 안 된다.-무유정법의 설명이다.
미망을 보지 못하는 깨달음은 이미지라고 한다. 이미지는 미망을 깨트리지 못하는데 이는 바로 지식으로는 아상을 깰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불교는 기본이 참회라고 한다. 그걸 통해서 자신의 미망을 보는 거란다.
다시 김광하 거사의 말씀으로 이 책에 대한 독후감을 마무리 짓기로 하자.
“이제 선생님의 법문은 법문으로 존재할 뿐 선생님처럼 현장에서 지적할 사람이 없다..그래서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을 게 아니고 전체 불교의 큰 흐름 속에서 선생님을 바라보는 것이 선생님을 넘어설 수 있는 것이고, 자기 살림살이를 가질 수 있는 것이고, 현실에서 살면서 자기의 미망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