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화차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4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화차/ 미야베 미유키/ 이영미 옮김
화차(火車). 첫 장에 정의한 단락을 보고 무시무시한 스릴러물인가 했다.
국내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었다는데 본 적도 없다.
치밀히 계획된 범죄이며 살인에 거듭된 살인을 꿈꾸며 완전한 신분세탁을 노리는 소설이지만 “화차”를 내세울 만큼 밀접하지는 않다고 본다.
한 여름 폭염아래 더위와 마주하여 열공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지질이 약간 두꺼워 겉보기엔 질릴 수도 있지만 궁금증에 편승하여 단숨에 읽게 되는 동안 덥다는 느낌은 온데 간데 없이 정신을 집중하여 또 한 사람의 <혼마>가 된다.
우리의 영화나 드라마에 익숙한 탓인가, 탄탄한 전개에 비해 결말은 무척 소박하게 보인다.
<신조 교코>를 상대로 두 형사가 직접 제압하여 그녀로부터 진술을 드러내게 한다든지 <다모쓰>가 통제할 수 없는 분노로 돌출행동이라도 벌이는 줄 걱정하기도 했는데 기우였다.
1980년대 중반 신용카드類를 통해 카드 개수 만큼 일시소득은 증가하는 편리함으로 소득을 고려않고 친구 따라 강남 가는 격으로 마구 소비한다. 추상적이며 획일화된 행복의 포인트가 주택마련이라며 고액의 대출을 마다 않고 주택구입에 나선다. 그러다 돌려막기로 급한 불을 끄다 임계치에 이르러 자폭한다. 무자비한 추심과정에서 가족해체, 인신매매로서 매춘까지 강요된다.
우리나라의 사회, 경제적인 현상은 일본과 20여 년 정도 시차를 두고 판박이로 전개된다는 추론을 익히 들어왔다만 신용팽창으로 인한 거품이 빠지면서 추락하는 제반 현상은 끔찍하리만큼 유사하다. IMF를 겪으며 2000년 전후를 서두로 지금까지 우리 사회는 그 연장선상에 있고 그 부작용이 아직 경제를 어렵게 하는 복병임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필자 또한 직장에서 허울뿐인 명퇴 과정을 밟아야 했고 후유증은 꽤 심각했다.
이 책은 추리소설로 끝내기보다 사회로 진출하는 일부 젊은이들이 무분별한 소비풍조로 “빛”을 겁내지 않는 풍조에 경종을 울려줄 수 있을 것이다.
알고 보면 <세키네 쇼코>와 <신조 교코>는 동병상련의 여인들이다.
빚에 짓눌려 막다른 골목을 헤맨 종착점에서 조우하여 피해자와 가해자로 결론에 이른다.
정도의 차이라면 막장까지 다녀온 <신조 교코>이다. 극도의 열악한 환경에서 그 반작용의 강도 역시 절박한 목표-타인으로의 완전한 신분세탁을 위해 살인을 감행한다.
두 사람 공히 평범한 삶을 바라며 행복을 동경하지만 이와 관련된 우화도 있다.
염라대왕도 죄인들이 소박하게 희망하는 삶-“아들 딸 구분 않고 적당히 낳아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말을 듣고는 “너의 뜻대로 평범한 삶이 쉽게 이루어진다는 보장만 있다면 내가 염라대왕 직 사표 내고 이승으로 내려가겠노라”는 것.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다음에 절에 가면 두 여인을 위해 기도를 드리고 싶다.
기실 능력 밖 소비에는 포기하는 것이 최상의 방책이며 貪하는 마음을 거두어 스스로를 단속하는 나를 보기 위함이리라. 욕심 없는 삶을 구현한 무소유를 설법하신 법정스님의 말씀을 상기하리라.
추리에 관한 도서로 가장 추천할만한 것이 있다.
마니아를 위한 세계 미스터리 걸작선/ 편역 정역목, 정태원/ 도솔출판사/ 총 915페이지
추리소설은 주의력을 집중시켜 주고 머리를 굴려야 해 치매예방에도 일조, 여름이나 겨울에 그 기후를 맞받아 쳐 온전하게 시간을 꾸려나가는 기쁨이 있다. 어디 “화차”에 필적하는 또 다른 소설이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