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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크로드 견문록
클라우스 리히터.브루노 바우만 외 지음, 박종대 옮김 / 다른우리 / 2002년 1월
평점 :
품절
실크로드 견문록/브루노 바우만 외 지음/박종대 옮김
‘실크로드’ 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국내도서가 족히 100권도 훌쩍 넘는다.
그 중 우연히 손에 잡은 책인데 흥미위주보다 스케치한 현실 위에 역사를 조명하고 지정학적인 입장에서 국제정세까지 터치하여 읽는 독자에게는 현대 중앙아시아에 대한 요긴한 정보가 아닐 수 없다.
읽는 중에 몇 번이나 표지 다음 장을 뒤적였는지 모른다.
지도를 보기 위함인데, 현재 기준으로 국가를 또렷이 표시하고 도시명 표기도 비교적 깔끔하게 기재하였지만 워낙 중앙아시아에 무지함인가 관심부재였는지 헷갈리기 일쑤였다.
“브루노 바우만”이라는 독일인, 유럽인 최초로 타클라마칸 사막을 걸어 횡단하는 등 작가, 사진작가, 영화제작자이다. 그가 1999년 독일 국영방송 특집방송으로 <실크로드의 신화와 현재>라는 주제로 방영한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실크로드>라는 용어는 독일의 지리학자 “페르디난트 폰 리히트호펜”이 사용했다. 이는 기원전 1세기 중반부터 10세기 초엽 중국 당나라가 멸망하기까지 대상(隊商)들이 비단이나 철강 가죽 등을 동쪽에서 서쪽으로 나르기 위해 지났던 길의 주변지역을 통틀어 이른다. 중국의 시안(장안)에서 터키에 이르도록 실크로드로 볼 수 있는데 이 책에서는 중앙아시아의 타지키스탄에 속한 도시인 사마르칸트, 부하라 까지를 다룬다.
중앙아시아를 떠올리면 고작 중국 신장자치구內 위구르族이 화약고쯤 되는 지역이고, 우즈베키스탄을 통하여 新婦를 수입(?)하고, 소련시절 外相을 역임했던 세바르드나제가 그루지아의 대통령으로 러시아와 앙숙관계에 있다는 정도로 알아왔다. 이런 중앙아시아에는 소련이 러시아로 체제전환됨과 동시에 독립이 찾아오게 되는데 나라의 이름을 알기에도 쉽지 않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그루지아, 몰다비아, 우크라이나,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이다. 여기에 기존 불가리아, 루마니아, 터키를 합쳐 아시아의 잃어버린 심장을 다시 뛰게 할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키로 합의했다고 한다. 1998년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회합하고 유럽연합과 미국이 옵서버 자격으로 참석했다.
중앙아시아를 두고 19세기에는 영국과 러시아가 “그레이트 게임”을 벌였고, 오늘날엔 유럽과 미국이 러시아와 대응하는 새로운 “그레이트 게임”이 전개되고 있다.
알고 보면 중앙아시아야말로 국제정치의 화약고이다.
물 분쟁, 이슬람 근본주의, 민족 갈등 등 문제가 산적해 있고 석유, 가스 등 풍부한 지하자원을 두고 분쟁의 소지가 다분한 지역이다. 갑자기 소련의 통제에서 풀려난 나라들이 갈 길은 경제적 도약이 절실한데, 저자는 서방세계와의 결속을 다지며 중국과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한다. 또한 문화와 민족이 유사한 터키가 패권을 노린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실크로드의 번영기를 지나 13세기 초부터 징기스칸이 중앙아시아를 무대로 유럽까지 뻗쳐나갔고 이어 <티무르 렝>이라는 투르크 계통의 몽골인이 실크로드를 장악하였다. 그 후 15세기부터는 중국이 해양을 통하여 실크로드의 명맥을 이어나가게 된다. 이런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보며 절실히 느끼는 것은 우리나라의 역사교육에 대한 비판이다.
중세유럽의 십자군 전쟁이나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등은 비교적 상세히 배워왔지만 같은 아시아의 한 부분인 중앙아시아에 대해서는 거의 백지상태로 알고 있는 부분이 거의, 아니 전혀 없다고 본다. 내내 서구의 관점에서 다룬 역사를 그대로 배웠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우리 편이고 아랍이나 팔레스타인은 적으로 알아 온 것처럼.
저자는 단지 작가가 아니다. 역사인식에서도 대단하다.
불교의 정토종을 언급하면서 “불교교리와는 거리가 먼 독특한 형태의 대중 불교가 있는데 구원의 길이 무척 단순하여 서방정토를 주재하는 부처인 아미타불을 믿고 ‘나무아미타불’을 외는 사람은 서방 극락세계에 환생한다”라고 설명한다.(이 부분은 저자가 단순하게 생각한 것 같다만).
15세기 초 중국은 서양의 해상강대국을 능가하는 막강한 해군력을 보유하여 세계제패도 가능했지만, 중국 고위관료들은 중국이 우수한 문화로 세계를 정복해야지 결코 상업이나 물리적 힘으로 정복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 중국인들은 武를 경시하여 전쟁을 하는 방법보다 전쟁을 피하는 전략을 강구하였다. 고로 나중엔 아편전쟁에서 패하고 영국과 일본의 침략을 불러왔다…
단연코 저자의 색다른 시각이 번득이는 부분이다.
대당서역기의 주인공 현장법사는 당나라의 스파이일 수도 있다는 관점이다.
마치 큰 충격인 것 처럼 어리둥절했다.
몇 가지 자료를 들어 첩자임을 강조하는데 참신한 저자의 시각이다.
실크로드가 중국 역사에 끼친 영향은 물물교역이 아닌 사상의 교류이다.
실크로드를 통해 중국으로 전파된 불교는 중국의 문화와 삶을 결정적으로 변화시켰고 우리나라와 일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당시 전성기 실크로드는 상인들과 함께 들어온 온갖 사상과 종교의 전시장이었는데 8세기에 유입된 이슬람교는 11세기에 다른 종교를 완전히 몰아 내고 결국 실크로드의 영광도 저물게 된다. ‘이윤추구’라는 공통된 목표 아래 종교의 차이는 ‘관용적 전통’을 바탕으로 실크로드 주변 도시들에서는 여러 다양한 삶이 어우러진 문화가 꽃피게 되었다만, ‘나’외에 절대 다른 신을 섬겨서는 안 되는 종교에 ‘나’를 죽여야만 진리에 이를 수 있다는 불교는 실크로드에서, 나아가서는 인도에서도 자취를 감춘 것이다.
소련에 묶였다 의지와 무관하게 독립한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들에 우리는 보다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겠다. 소수민족으로 러시아에 살던 우리 민족들이 강제이주 결과로 터전을 잡기도 했고 풍부한 지하자원과 인력을 우리 기업이 진출하여 서로 도움을 줄 수 있기도 하다. 또 언젠가 한번 정도는 역사를 발자취를 쫓아 다녀볼 만 한 중앙아시아이다.
2002년에 출간되고 현재 절판된 도서이나 여러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