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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의 정원
다치바나 다카시.사토 마사루 지음, 박연정 옮김 / 예문 / 2010년 8월
평점 :
품절
『知의 정원』/예문
책의 만물상을 거닐다.
도서
7~8만권을 소장한 <다치바나 다카시>는
안면이 있다. <사토 마사루>는 처음 접하는 인물인데
일본 외무성 고위관료 출신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는 논객이라고 한다. 저서도 꽤 있을 법한데 한국에
번역된 마사루의 저서로는 <시진핑 시대의 중국>이
있다.
두 사람이 책을 중심으로 知의 향연을 한껏 펼치게 되는데 덕분에 읽을 거리를
발굴하는 장점이 있다. 또 지극히 간략하게 소개하는 책의 내용을 통하여 여태 몰랐던 무지를 깨닫는 소득도
있었다. 책과 씨름하여 교양을 쌓고 그 교양 너머 전문가 수준에 도달하기 까지, 그리고 저서를 남기는 데에는 100권 이상의 책을 자기 것으로 소화해야
한다는 점에서 노력한 만큼 대가가 주어진다고 보겠다.
지하철에서는 스마트폰을 소지한 사람이면
죄다 이를 작동하느라 바쁜데 책은 소외 당하고 있는 현실. 그나마 e북을
보는 사람은 다행이겠는데 아주 드문 풍경에서 출판사의 어려운 운영상황은 차치하고서라도 급감하는 종이책 이용은 젊은이들로부터 인내심을 앗아가는 요인도
되면서 정신적인 풍요를 갉아먹는 기기이다.
나는 독서를 하면서도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사람이다.
손에 든 책은 99% 소장하는 것으로 공감하는 확연한 문장에는 밑줄 치고 별표로 마킹하기도 한다. 다 읽은 후에는 가능한 한 리뷰를 남기려 노력한다. 공감하는 책은
지인들에게 권하기도 한다.
그런데….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손 때 묻은 책을 펼치고 필기구로 표시한 페이지를 스칠 즈음에 한탄하는 것이다. 분명
읽은 문장인데 처음 보는 듯한 소감이 왠 말이라는 것인지….
건망증인지 기억력의 현저한 감퇴인지…독서무용론을 대두시켜야 할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독서가 아니라
책의 활자가 눈에 들어오는 순간 순간 그 생각에 올인 했다 책장을 덮은 후엔 깨끗하게 내용과 이별하는 것이 아닌가.
뇌의 발달이 책읽기와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하며 따라서 부모와 교사는 아이들의 책읽기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 아이들의 뇌 회로를 열어줄 필요가 있는 점은 아주 중요하겠다.
일본의 태평양전쟁의 광기에 편승하게 된
단초 중 하나는 책을 읽되 그 운율에 빠져 논리가 아닌 감정에 치우치게 되었다는-독서를 통한 지적 훈련이 필요하다고 한다.
전쟁 전 올림픽 삼단뛰기에서 각각 다른 일본 선수가 연거푸 금메달을 따서는 “일본이 위대한 건 변기모양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양변기가 아니라
발에 힘을 주는 변기라 발에 힘을 주는 형태로 허리에 힘이 들어간다. 허리에 힘이 들어가기에 서양인과
싸워도 이긴다”는 엉뚱한 책도 있다.
공감하고 않고를 떠나 플라톤의 <국가>를 혹평하고 “나치의
전체주의는 플라톤을 개조해서 태어난 현실 사회이다.”라는 대목에서는 솔직이 어안이 벙벙하다.
푸틴은 유도를 좋아해서 정치가로서는 달라붙어
겨루는 타입이라고, 그래서 그저껜가 뉴스에서 큰 개 두 마리를 껴 앉아 달라붙어 눈밭을 뒹구는 푸틴의
사진이 보이더라만.
현대인들의 독서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니까
정치선동적인 문장으로 가득 찬 소설이 판을 친다는 지적.
고전에 대한 정의를 깔끔하게 정리한다. “고전은 모든 지식의 기반이 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다른 사람과
어떤 주제를 놓고 이야기할 경우 전제나 배경이 되는 지식이 없으면 내실 있는 논의가 불가능한데 그때 전제나 배경이 되는 것이 바로 고전이라는 것이다.”
일본의 교육이 위험한 수준까지 떨어졌고, 최근 경제파탄은 지적 파탄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 더욱 문제는 키에르케고르의
말 중 <비본래적 절망>이라는 것이 있는데, 절망적인 상황이 있는데도 그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며 일본 이전의 한국적인 상황이야 말로 교육, 경제 측면의 파탄지경에 점입가경인 듯한 정권의 현주소에서 <한국의
비본래적 절망>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것이다.
항공모함 기술을 알기 위해 해군과 별도로
육군이 항공모함을 만드는 나라인 일본-자기식 행정 편의주의의 모델이다.
“이스라엘에서 게임마니아인 청소년들을 집단 육성하여 게임하듯 무인기를 조종하도록 시켜
적국을 공격하여 살상행위를 하게 하는 사실”은 뉴스를 통해 접하지 못한 내용인데, 이는 일본보다도 천편일률적인, 서구관점의 언론매체가 득세한 한국의
사정 때문인가?
스탈린은 그루지야 출신으로 러시아인의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고 러시아어에도 능통하지 못했다고, 러시아에는 유라시아주의 사상이 있다는
것에도 금시초문.
독일과 이탈리아는 신성로마제국 부흥이라는
공통의 목적이 있고, 영국의 해군력을 제어하고 러시아를 견제할 필요에서 일본이 필요했고, 일본은 독일의 기세에 현혹되어 ‘버스에 늦게 올라타지 않으려는’생각만으로 독일과 이탈리아의 전쟁에 편승한 역사도 나에겐 새롭게 조명된다.
형액형과 성격을 결부시키는 논의가 의미
없는 것으로 검정까지 되었다는데 혈액형 성격테스트 책이 나온다는 미국 중국 일본 한국 등, 하지만 유럽에서는
혈액형과 성격을 결부시키면 금세 나치즘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하는데, 이도 처음 듣는 말이다.
두 사람의 대화는 범위나 깊이 측면 모두
알차다.
거듭 밝히지만 두 사람의 대화에서 전혀
문외한인 나를 새삼 확인할 수 있었고 다방면에서 세상을 몰라도 한참 모른다는 걸 절감한다. 독서량도
아주 적지만 그나마 불교관련, 심리, 문학, 에세이 류에 치중하여 균형 있는 독서와는 동떨어져 있음을 시정해야겠다.
다치바나의 목록에서 건진 책이다.
<에릭 호퍼 자서전>. 평생 막노동을
하면서 최고의 정치철학서를 펴낸 자로 그의 자서전을 읽고 싶다. 길 위의 철학자라는 칭호를 받는 그의
경로를 알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