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지음, 강병혁 옮김 / 푸른숲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후지와라 신야

 

언젠가 서점에서 <인도방랑>을 집어 든 적이 있었다.

거의 전체 면이 사진인데 그 사진들이 강렬한 색채감이 있어 좀 특이하구나 생각했다.

작가의 작품 중 최근(?)의 저서이면서 기존 것과는 달리 산문집 형태라고 한다.

20대 때 美大를 도중하차하고 인도여행을 시작으로 방랑, 세계를 전전하며 視野는 넓게 잡았으되 섬세한 묘사로 독자를 모은다고 한다.

2년 전 후쿠시마를 강타한 쓰나미와 방사능 누출사고로 일본 동북부가 폐허가 되자 바로 재해현장으로 달려가 이재민 돕기에 앞장서기도 했던, 발로 뛰는 작가이다.

 

이 작품에 대한 소감이다.

돌아보면 언제나 우리가 있습니다.

세태에 부대낄지라도 치유할 가슴을 안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론 슬픔 속에서도, 이해관계여부를 묻지 않고서도, 우연을 매개 삼아 조우하는 일상이

여느 흐드러진 벚꽃의 만개보다 화려하고 강렬하여 눈부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샘터사에서 발행한 잡지 <샘터>를 읽고 거기에 실린 미담을 한 권으로 정리한 <노란손수건>이란 책을 손에 놓고 자주 읽은 기억이 난다. 어렵고 고달픈 여건 속에서 자신이 아닌 상대방이나 타인을 위해 베푸는 선행이나 희생, 양보 등이 소재가 되는데 이 도서를 읽곤 비슷한 느낌이다. <노란손수건>이나 <돌아보면…>에서처럼 이런 인간관계로 형성되는 세상이라면 경찰서나 법원이 없어도 잘 돌아가는 사회가 되지 않을까.

 

후지와라 신야, 어떻게 이 사람에게 우연을 가장하여 애틋한 이런 사연들이 자주 포착되었을까….

혹시 평범한 사연을 작위적으로 가공하고 배치하여 그럴싸하게 포장하여 글로 옮긴 건 아닐까

바보 같지만 잠깐 생각해보기도 했다.

주변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둘러보는 마음의 여유, 세밀하고 예리한 관찰력, 인간적인 따스한 가슴으로 풀어가는 記述의 자질이 필요하고 그 전제로서 직접 몸을 아끼지 않고 현장을 누비는 수고가 있어야 이런 글이 나오지 않을까.

 

작년 봄, 후배와 서면서 만날 때면 자주 들리는 식당이 있었다.

롯데 맞은편 골목쯤에 위치한 순두부 집인데 우린 식사 1인분에 두부김치나 간단한 안주로 저녁식사 겸 간단히 술을 마시는데 기본반찬치고는 풍성하여 부담 없는 장소였다.

가끔은 주인 아주머니의 결혼한 자녀들이 방문하여 가족들끼리 딸기며 수박이며 먹는 때면 덤으로 얻어먹기도 했고, 지난 대선 무렵엔 주인댁과 다른 정치노선(?)으로 가벼운 입씨름까지 했던, 구수하고 이웃집 같았던 식당이었는데 한 달 전쯤 역시 후배와 들렀다 계산하고 갈 무렵이었다.

무슨 말끝에 주인아주머니께서 앞으로 열흘 이내에 꼭 한번 들리세요하는 말씀을 흘려 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저녁 역시 후배와 그 집을 찾았는데 혹시..’하는 짐작대로였다.

<월말까지 내부수리중>이란 표지가 입구에 걸려 있고 소등상태였다.

얼핏 가게 처분할까 생각 중이란 말씀을 듣기도 했는데, 고객에 대한 마지막 배려의 기회를 놓친 내 우둔함을 탓했다. 그리고 유사한 종류의 식당을 찾으려 근처를 맴돌았지만 물색하지 못하고 결국 지하철을 타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고 말았다.

정겹게 인사 나누고 푸근한 마음으로 머물던 식당-일반적인 평범한 식당이었고 주인아주머니였지만 완전히 끊어진 인연에 대해 섭섭함은 지금도 남아있는데 이런 소재도 활용하면 제대로 된 글이 되려나? 이 책에서 편의점 알바 아가씨 편을 읽고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다.

 

옮긴이의 말이다.

저자는 이 책의 이야기를 한마디로 축약한다.

인간의 일생은 무수한 슬픔과 고통으로 채색되면서도, 바로 그런 슬픔과 고통에 의해서만 인간은 구원받고 위로 받는다. 슬픔 또한 풍요로움이다.”

이에 어제 시청한 가요무대에서 사회자 김동건의 멘트는 일맥상통하는 듯 하다.

이미 고인이 되신 작사가 <반야월>이 작사한 곡들 중 엄선하여 들려주는 어제 시간이었는데, 사회자가 회상한다.

노래가사들이 대개 슬픈 내용인데 거기에 무슨 특별한 이유라도하며 반야월에게 물으니 반야월 살았던 세월이 기쁨보다 어렵고 슬픈 시간들이 많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런 가사들을 쓰게 되었다고 하셨단다.

작사가 반야월의 슬픔은 풍부한 슬픔의 가사들을 남겨 한국 대중가요사에 족적을 남기는 것이다.

 

이 책의 리뷰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카타르시스의 해소이다.

혼자 열차나 고속 시외버스를 이용하여 장시간 여행한다면 지참 1순위의 책이다.

여느 세대를 막론하고 부담 없이 읽을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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