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 딕 - 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214
허먼 멜빌 지음, 강수정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모비딕을 읽다.

읽을 책은 구입하는 편인데 이번엔 도서관 자료실을 이용해 바로 읽었다.

지출이 없는 장점은 있었지만 의미 있는 부분에 마킹을 하지 못하고 필기하느라 진도가 늦는 단점이다. 하여 이후 책 읽기에는 책값을 지불하고 손때를 묻히는 것이 맞다.

허만 멜빌, 작가의 포경선 생활은 1년 남짓. 그럼에도 고래와 포경에 관해 무척 박식하다.

책 절반 정도는 고래와 포경에 관한 개론서에 가깝다. 세밀하고 꼼꼼한 사전지식 없이 글은 쓰는 게 아니란 거다.

일전 지인은 이런 이유를 들어 유명세에 비해 꽤 지루한 책이라 평했다.

일말 정도의 인내심을 가지고 상 하로 나뉜 책을 완독하게 된다.

에이해브 선장은 오직 복수심으로 모비딕이란 향유고래를 잡으려 한다.

낸티컷에서 출항할 때 선주와 투자자, 선원들의 바램은 뭔가.

40명의 선원이 48개월을 운항하여 40마리 분의 고래기름을 가득 싣고 귀로에 오르는 것인데 50줄에 들어서야 결혼하고 자녀까지 둔 에이해브는 안중에 없다.

가족을 그리며 안전운항을 바라는 1등 항해사 스타벅과 대척점에 선 인물이다.

삶의 목적이 곧 모비딕에 대한 복수뿐이다. 선원들의 리더는 이렇기에 본선으로 돌진하는 모비딕에게 모두는 침몰하여 저 세상 사람들이 된다. 한가지 에이해브에 대한 위안이라면 그가 탐욕과는 무관하다는 것. 대신 광기로 찬 인간의 전형으로 이성적인 상황대처의 공간이 전혀 없다. 하지만, 뒤틀려있지만 가식이나 속임수 없이 저돌적으로 모비딕에 맞서는 에이해브의 용기는 알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트를 내리며 스타벅과 악수를 나눈다. “내 영혼의 배가 세 번째로 항해를 시작하네.”  “~나는 지금 가장 높은 물마루로 일어선 파도 같은 심정일세. 스타벅, 나는 늙었어. , 악수를 하세.”

에이해브는 그가 염원하던 모비딕과, 바다와 맞선다. 결과는 중요하지 않다.

전심전력이다.

고래를 잡든가, 뒤집어 지든가!”

이 귀절이 가장 인상 깊다.

에이해브 선장의 선동과 술에 절어 일심동체가 된 선원들의 합창이 알싸하다.

사는 게 뭔가. 세월 한복판을 차고 앉아 능력껏 해보다가 아니면 가고말지.

식인종으로 지칭되는 퀴퀘크.

신심이 없는 남자의 지표이자 상징인 퀴퀘크는 절망의 한복판에 앉아 절망적으로 희망을 쳐들었다.” 희망과 절망이 이렇게 배합되며 희열을 느낄 수 있을까.

사족으로, 유일한 생존자인 화자와 퀴퀘크는 친구가 되어 함께 피쿼드호에 오르는데 선상에선 둘 사이의 일이 언급되지 않는 게 아쉽다.

잡은 고래와 놓친 고래 편에서 위트 있는 이야기.

북해에서 고래를 발견하고 작살을 꽂았으나 위태로운 상황에서 밧줄과 보트까지 포기. 다른 포경선이 이 고래를 포획하고 이전 배의 작살, 밧줄, 보트까지 노획. 애초 작살 꽂은 배가 소송제기 하였으나 패소. 고래가 최종적으로 포획되었을 때 놓친 고래였고, 작살과 밧줄은 고래가 매단 채로 도망감으로써 고래가 해당 물건의 소유권을 획득한 것이고, 나중에 그 고래를 잡은 배는 그 물건들에 대해서도 권리를 갖는다는 판결.

또한 당시 어떤 간통사건과 결부시켜 여자와 고래를 동일시한 부분이 있는데 요즘 시대에선 페미니즘의 공격으로 소설의 존립이 위태로울지도 모르겠다.

멜빌은 주홍글자의 작가 너대니엘 호손에게 이 작품을 헌정한다고 했다.

커피 하면 떠오르는 스타벅스 1등 항해사 스타벅의 이름을 차용했다는 사실도 이제 알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