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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과 편견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8
제인 오스틴 지음 / 민음사 / 2003년 9월
평점 :
세월 흘러가면서 읽는 장르가 바뀐다.
요즘엔 수백, 수천 년을 돌아서도 변함없이 읽히는 고전이야말로 진솔하고
구수한 양식이 되어 내 마음의 안식이 될 거라는 생각에 민음사, 문학동네, 팽귄클래식, 열린책들 등에서 나온 세계문학을 찾게 된다.
민음사 판본은 한쪽이 길쭉해 익숙해지는데 약간 시간이 필요했고 문학동네는 표지가 깔끔하면서 지면이 고급스럽고
열린책들은 양장본으로 수려하게 보인다. 팽귄클래식의 것은 손에 잡히기에 좋아 누워서 읽기에 좋다. 500페이지 이상 되는 책은 양장본이 아니고는 가끔씩 쪼개지듯 벌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책은 그럴 염려가
없을 만큼 제본상태도 좋고 대체로 번역에 문제도 없다.
민음사 판 ‘오만과 편견’은 550페이지 정도로 두껍지만 진도는 빠르다.
영국에서는 제2의 세익스피어로 불린다는데 나는 몰랐다.
주인공은 단연코 엘리자베스와 다아시. 오만은 다아시의 몫, 편견은 엘리자베스.
얼마 전 읽은 <나의 미카엘>
처럼 연애에 열중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누구나 사랑해본 경험이 있겠지만 공감하는 부분, 위컴이 돈을 따라
엘리자베스를 차버린 즈음 엘리자베스의 소감이다., “제 감정이 진짜 순수하고 고결한 열정이었다면 저는 지금 그 사람의 이름조차도 증오하고 그 사람에게 이 세상의 증오란 증오는 다 퍼붓고
있어야 할 테니까요.”
언젠가 내 님은 이럴 무렵 성난 얼굴로 날 증오한다며 눈물까지 보였던 적이 있었다.
뒤안길을 거슬러 지난 밤에 책장에 님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
만났을 때 한 사람은 나를 무시해서 기분이 나빴고, 다른 한 사람은 특별한 호감을 표시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아서, 난 두 사람에 관해서는 선입관과 무지를 따르고 이성을 쫓아낸 거야.”
이런 점에서 상대방에게 보여주는 첫인상이 중요하긴 하지만, 역설적으로는
첫인상을 가지고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왜곡된 첫인상은 고착화되어 편견으로 가는 지름길.
남자 주인공 다아시는 귀족출신에 재력가로 성장하면서부터 자연스레 오만함의 일상이었으나 진정한 자부심을 배운 뒤에야
사랑을 성취한다.
신데렐라의 등장 같기도, 우연의 일치로 조우하는 점, 친절하게 소소한 해피앤딩을 묘사하는 점에서 우리나라 연속극에서 보이는 구성요소를 갖추어 통속적이기도 하지만
재미있다.
그리고 교훈을 남긴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두루 넓게 생각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미덕을 가진다면 떡이
생길 수도 있다! 내 러브스토리의 한 단면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