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잘 있거라 - 어니스트 헤밍웨이 장편소설 열린책들 세계문학 199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익히 유명한 작가 헤밍웨이는 올 7월에야 비로소 내게 왔다.

짧은 분량의 <노인과 바다>를 읽었고, 이어 <무기여 잘 있거라>를 들었다.

그것도 계기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단지 실수로 끓는 물을 발등에 쏟아 화상병동에 입원할까 하다 통증이 가라앉아 통원치료 받으며 장마와 월드컵시즌에 헤밍웨이를 비롯하여 몇몇 세계명작과 조우하였다.

혈기왕성하고 정의로운 헨리는 미국청년으로 이탈리아 의무대에 자원 입대한다.

역시 자원 입대한 영국인 간호사 캐서린과 만나게 되고 어수선한 전쟁의 분위기 속에서 믿고 의지할 목적이 되는 거침없는 사랑이 구원처럼 다가온다.

후퇴하는 중에 아군의 즉결처형을 피하여 탈영에 이르고 연인과 보트를 이용하여 스위스로 망명길에 성공한다. 고진감래남은 것은 장밋빛인데 님은 피안의 세계로 가셨다.

불 같은 사랑을 하였으되 쓸쓸하게 돌아서야 하는 남성들은 헨리이고 <개선문>의 라비크이다. 속전속결의 대화체가 시원시원하게 페이지를 넘기게 하고 음산한 전쟁과 함께 사랑은 뜨거운 만큼 비극은 예정되어 있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마주하는 사안에서 줄기가 보인다고 할까. 누렸던 쾌락만큼 상응하는, 반대급부로서 고통이 수반하는 것이며 플러스 마이너스 합이 0 으로 귀결되더라는 거다. 불행을 겪은 자가 행복의 참 맛을 음미한다는 것처럼. 헨리와 라비크는 동일인인양 내게 그렇게 다가왔다.

추억은 존재하지만 후회는 결코 아닐 것이다.

우리의 헨리는 이후 묵직한 삶을 살아가리라.

헤밍웨이와 부친이 권총자살로 마감했다는 것, 이 소설의 모델이 된 여성이 연하 헤밍웨이보다 나은 조건의 남성을 택해 유명인 배우자를 걷어찬 격이 되었고, 노벨상을 수상한 그가 걸 맞는 대작을 써야 한다는 강박과 경제난을 걱정하여 정신병원의 신세를, 위상을 고려하여 병원의 만류를 뿌리치고 퇴원 이틀 후 자살, 사후 거금의 재산을 미망인에게 남겨놓았다는 사실은 모두가 凡人이라는걸 보여준다.

헤밍웨이도 헨리도 독자인 나도 평범한 사람이고, 지금엔 헨리도 시대를 거슬러 이미 고인이리라. 나두 꽤나 세월을 넘겼기에 이런 사랑은 풍경화로 남기자.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사무직을 버리고 책을 읽거나 리뷰를 작성할 여건이 되지 않는다고 틀을 지었기 때문인데 지나간 세월은 담을 수 없고 형체 없는 공백은 무의미와 비례하였다.

책을 읽고 흔적을 남기도록 부단한 노력을 하리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