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
파울로 코엘료 지음, 이상해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짙은 보랏빛이 섞인 듯한 표지, 좀 음울하면서도 신비감을 주는 겉모습이었다. 다른 이가 읽고 있는 것이 멀리서도 눈에 띌 만큼, 강한 호기심을 일으키는 책이었다. 그 묘한 분위기 혹은 외모에 끌렸다고 할까. 이 책을 사람으로 친다면 그랬다. 이 책은 제목에 'Veronica'가 들어있는 만큼, 베로니카의 이야기가 쭉 진행되는데, 이제까지 보았던 여주인공과는 좀 다른 것 같았다. 이국적인 배경과 사람들 속에서 숨쉬고 있는 베로니카는 무언가가 달라보였던 것이다.

소설을 읽을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이 있다. 소설 속에서는 인물들이 하는 행동들이 별 망설임 없이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현실 속 일상에서는 사람들이 지나치기 쉽고, 생각하려 하지 않는 행동들이 소설 속 인물에게서는 쉽게 나타난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하라고 의도하는 작가들도 소설 속 인물들에게 어떤 사명과 성격을 지우고, 행동을 하게 하는 것이 위험성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더더욱 소설은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인면을 지닌다는 것이다.

이 소설이 신비주의 계통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렇게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베로니카의 자살시도 때문일 것이다. 죽으려고 하는 동기가 어떻든 간에, 나는 베로니카의 자살시도가 안타깝다거나 멍청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도중에 후회가 들어 마음이 돌아설 때를 위해, 그녀는 수면제를 한꺼번에 삼키지 않고 한 알 한 알씩 삼킨다. 나는 그것이 그대로 받아들여졌다. 자신이 감행하고 있는 죽음의 행위에 일말을 탈출 가능성을 남겨놓는 것. 하지만, 그것이 아닐 수도 있다. 한 알씩 약을 넘기면서 그것은 약을 집어 손을 입으로 가져가고 삼키는 행위가 기계적인 반복동작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렇게 계속하다보면, 실제 하는 행위는 생각의 윤곽에서 차츰 멀어지고, 그녀는 오로지 죽음에 관한 생각만을 하며 약 먹기를 끝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몽롱한 상태에서 자신이 한 행동에 후회가 든다면, 그녀 베로니카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까. 극도의 긴장과 두려움, 안타까움이 얼굴에 나타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약을 삼킬수록 죽음에 대한 확고한 의지가 생기는 것을 느낀다. 정신을 잃은 후, 다시 깨어난 곳은 정신병원 빌레트. 세상과 격리된 곳으로, 또다른 세계라고 말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빌레트 안에서 베로니카는 심리적 상태가 변해간다. 죽음을 작정했으면서, 다시 깨어난 이후로는 자신의 시한부 삶에 강한 애착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녀 자신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내가 보기에는 모든행동이 바로 자신의 삶에대한 애착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여졌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늙은이의 따귀를 과감하게 때리고, 좋아하는 청년 앞에서 대담하게 행동했던 것. 그것은 죽음만을 기다리는 이의 행위가 아니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심장의 고통을 문득문득 느끼면서 죽음과 계속 부딪쳤고, 생명이 붙어있는 생물로서는 삶이라는 것이 어쩔 수 없는 선호대상이 되었던 것이다. 그 기본적인 것을 인식하고 나서는 그녀는 좀더 대담한 시도를 한다. 빌레트에서의 탈출이었다. 그곳에서 탈출한 이후, 소설의 시점은 같이 탈출했던 청년으로 바뀌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베로니카가 정신병원에 들어올 때부터 일주일동안만 살수 있다고 들었으므로, 자신의 품속에 있는 그녀가 죽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때 또 하나의 반전이 일어난다. 의사의 말대로라면 죽었어야할 베로니카가 눈을 뜨는 것이다. 의사의 속임수-거짓말이었다. 그 정신병원의 의사. 이고르. 그는 단순히 자신의 연구를 위해 그녀를 이용한 것에 불과했다. 실험 대상으로 베로니카를 삼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엄청난 행동을 한 것이다. 그의 거짓말로 인해, 베로니카는 새로운 삶의 방향을 찾게 되었음에 틀림없다. 의사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베로니카는 또다시 덧없는 자살을 시도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멋진 장치를 중간에 설치해놓았다니. 좀 어이가 없었으면서도, 어쩌면 전형적인 반전일지 몰라도, 그것에서 이 소설의 묘미를 느꼈던 것 같다. 앞으로 파울로 코엘료의 다른소설도 읽을생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내 무덤 푸르고 문학과지성 시인선 133
최승자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3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승자 시인은 내가 문학에 관심이 생기면서 시를 쓰면서 읽으면서 접하게 된 시인 중 한 명이다.

원래 나는 이 시집을 사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원래 구입하려던 시집은 <즐거운 일기>였다. 그 안에 있던 '여성에 관하여'라는 시가 마음에 들었었다. 84년, 그러니까 18년쯤 전의 시였는데도 그 시 속에 있었던 여성에 관한 비유가 지금 나에게도 왠지 마음에 와 닿았다.

어쩌면 황량하고 어딘지 모르게 공허한 심상을 불러일으키고, 그러면서 여성만이 가지는 깊은 생명성, 서정성 등이 파도소리와 함께 다가오는 그런 시였다. 그 시의 인상이 강해서 그 후로는 최승자 시인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었다. 그 와중에 서점에서 시집을 찾다가 바로 눈에 띄인 시집.

죽음에 관한 시가 많다. 최승자 시인은 소위 예쁜 시를 쓰는 시인은 아니다. 그리고 여성적이라거나 그런 것이 물씬 풍기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 특이한 풍미와 어두운 분위기, 유혹하는 위험, 그런 것이 읽는 이를 독특한 분위기가 가득차 있는 심연의 어두운 세계로 끌고 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