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들의 제국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절판


누구나 호기심은 있다. 이 세상 모든 구체적 사물의 본질과 원리,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학문, 미, 영적 세계 등. 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은 바로 영적 세계, 천사들의 제국에 대한 이야기이다. 언뜻 보면 판타지 소설 같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폭넓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베르나르가 우리나라에 판타지가 유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런 경향으로 썼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많이 낯선 구성이었고, 구조였다. 각 인물의 배경이 달라질 때마다, 아니면 인물의 이야기가 전환될 때마다 단락의 번호가 매겨져있었다. '1. 비너스, 2. 백과사전, 3. 이고르,..' 식으로 말이다. 딱딱한 감도 주었지만, 독자가 이해하기에도 쉬운 구조였고, 복잡하지 않아 명료한 인상을 주었다.

주인공은 미카엘 펭송이란 사람이다. 그는 베르나르의 전작 [타나토노트]에서도 나온 인물로, 영적 탐사를 한 적이 있는 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그는 비행기가 자신의 집으로 충돌하여 어이없게 죽게 된다. 그 후 영적 세계에 대한 저자의 상상이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소위 '저승'이라 불리는 죽음의 세계는 여러 단계로 나뉘어진다. 딱 하나의 관문이 아니라, 여러 단계를 거쳐 재판소까지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 대천사 3명 앞에 선 미카엘은 심판을 받는다. 판사의 역할을 하는 대천사가 3명이나 되는 것은, 독단을 피하고 심사에 공정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여졌다.

여러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가고, 미카엘은 600점에 미치지 못하는 점수를 받게 된다. 600점에 다다르지 못하면, 인간은 또다시 환생을 해야 한다. 인간계, 동물계, 식물계, 광물계 등의 분야에서 말이다. 미카엘의 변론자 천사는 에밀 졸라였다. 그는 과거, 이승에서의 드레퓌스 사건에서의 변론처럼 '나는 고발합니다.'라는 말을 선두로 꺼내며, 대천사들에게 건의한다. 미카엘은 충분히 600점을 받을 수 있다고 에밀 졸라가 설득하자, 대천사들은 재판이 길어지는 것을 참을 수 없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600점을 줘 버린다. 절대적인 판결이 아닌, 그렇게 유연하게 바뀔 수 있는 판결이라니. 유연성 있는 작가의 설정에 조금 놀랐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는 '백과사전 발췌문' 이라는 짤막한 설명이 곳곳에 삽입되어 있다. 그것들은 또한 저자의 다른 책에서 따온 것이었다. 나는 그 백과사전이라고 명명된 책에 관심이 갔다. 온갖 상식과 삶에 대한 진리, 하찮은 것부터 아주 심오한 것까지 내용이 들어있는 잡학사전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 또한 그런 것을 집필하고 싶은 욕구가 들었다. 출판이 목적이 아닌, 나의 개인적인 지식과 상식을 망라해 놓은 백과사전. 후에 내가 나이가 많이 들었을 때 처음부터 펼쳐본다면 어떤 기분이 들지 자못 궁금해진다. 이렇게 생각만 g라 것이 아니라, 가까운 시일 안에 실천을 한번 해 보아야겠다. 순수한 일기도 좋지만, 이왕 기록할 것인데, 많이 다듬어서 정수만 기록하는 것이 더 나으리라는 생각도 든다.

몇 일 전에 신문 [책] 섹션을 보니 [Memento mori]라는 책을 소개하는 란이 크게 실렸던 기억이 난다. '죽음을 기억하라', 우리는 죽음과 항상 가깝게 지내면서도 일상 속에서 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 망각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 망각의 이면에 있는 죽음은 우리와 친숙한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 소설을 읽었을 때, '죽은 후의 영적 세계에 관한 상상'이 주된 내용이라 처음에는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차츰 작가가 구축한 세계에 적응이 되면서 친숙한 느낌을 가지게 되고, 한편으로는 나 자신이 지닌 영적인 세계관에 여러 이미지를 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지막으로 짧은 사족. 오랜만에 읽은 흥미로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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