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199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홍 어 : 홍어과의 바닷물고기. 몸 길이 1.5m 가량. 몸은 마름모꼴로 넓적하며, 몸 빛깔은 등은 갈색, 배는 희다. 우리나라, 일본, 동지나해 등에 분포. 고동무치라고도 한다.

'홍어'라는 제목에 걸맞게 책 표지는 갈색에 가까운 붉은색이었다. 좀 자그마한 책 크기. 그렇게 홍어는 바닷속을 유영하다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이 책의 내용, 즉 줄거리는 '어느 한 소년과 어머니, 그리고 두 가족 틈으로 스며든 한 사춘기 소녀'에 대한 이야기이다. 계절적 배경은 겨울인데, 소년의 어머니는 집을 나간 아버지, 즉 남편을 기다리면서 홀로 바느질을 하며 돈벌이를 한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눈이 많이 오는 날, 한 여자애가 그 집안으로 뛰어든다. 소년의 어머니는 아침에 그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고, 결국에는 그 소녀를 자신의 외가 쪽 조카라고 사람들에게 속인 뒤 같이 살게 된다. 그렇게 두 식구가 세 식구로 늘어나면서 그 집안의 분위기는 차츰 변화하게 된다. 그 소녀는 소년의 아버지와 흡사한 점이 많은 아이이다. 부스럼이나, 행동이 소년의 아버지와 비슷하게 닮은 것을 알게 된 소년의 어머니는 아마도 그래서 그 소녀를 받아들이지 않았나 싶다.

--소년의 어머니는 겨울마다 소년에게 가오리연을 만들어서 준다. 소년이 그 연을 가지고 놀다가 잃어버리면, 다시 아무 말 없이 가오리연을 만든다. 이 가오리, 즉 홍어는 집 나간 소년의 아버지가 좋아하던 음식으로, 바로 소년의 아버지의 이미지를 뜻한다.

남편을 그리워하고 묵묵히 기다리고만 있는 소년의 어머니. 그녀는 밖의 세상과 인연을 끊고 살고 있다. 옆집 남자하고도 말 한 마디 하지 않고 지내고, 바깥 출입을 되도록 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마을의 아녀자들은 손재주 좋은 그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바느질 거리는 끊이지 않는다.

--겨울에 낯선 집으로 뛰어든 소녀. 그 사춘기 소녀가 그 집에 온 이후로 집안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약간 퇴폐적이고, 몽유병까지 앓고 있는 그 소녀가 분위기를 좀더 가정적으로, 개방적으로 바꾸고 있는 것이다. 소년의 어머니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나중에는 아기까지 등장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다.

--소년도 소녀에 대해 차츰 관심을 갖게 된다. 일종의 윤락업소에 간 자기보다 몇 살 많은 그 소녀를 찾아다니고, 몽유병 증세를 보였던 그 소녀를 따라 다니면서 정이 들었던 것이다.

겨울이 되면 날렸던 가오리연처럼, 그 소년은 때때로 공상하곤 한다. 바닷속을 유영하는 홍어가 되어 모든 것을 감싸안는 상상을 하는 소년. 자유를 갈구하는 듯 하다.


이 소설은 소년의 아버지가 돌아오는 것으로 끝이 난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익숙치 않은 분위기 때문에 헤매기도 했었다. 향토적인 분위기의 백설이 간간히 내리는 조용한 마을. 그 마을에서, 소년의 집에서 일어나는 하나하나의 사건들을 하나하나 곱씹어 본다.

읽고 나면, 그 정갈한 이미지와 향토적인 느낌이 가슴 한 켠에 눈이 내려 쌓이는 것처럼 조용히 내려앉는 것 같은 그런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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