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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생문 (외) ㅣ 범우문고 110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지음, 진웅기 옮김 / 범우사 / 1998년 10월
평점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이 작가는 일본 사람이다. 나는 작가 중 일본 사람은 '빙점'의 작가를 처음으로 접했다. 그 다음 두번째로 접한 작가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였다. 책 표지가 '나생문'으로 되어 있었다. 그 안에는 몇 개의 단편들이 실려 있었는데 그 중 '코'를 택한 까닭은 아주 독특한 소재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일종의 기형아인 젠치 내공. 그는 코가 순대처럼 가늘고 길다. 그런 특이한 상황을 주인공에게 부여한 다음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소설은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이어서 젠치 내공의 행동과 심리적 상태가 아주 잘 드러난다. 이것이 주는 단점도 있지만, 한 인간의 심리변화를 잘 알 수 있어 나에게 인상깊었던 것 같다.
자신의 약점에 대해 속으로만 끙끙 앓는 주인공. 그 방법을 찾아 코를 짧아지게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행동하는 주위 사람들을 보고 무척 당황스러워한다. '이렇게 되면, 나를 비웃을 자는 없으렷다' 하며 거리를 나섰는데, 자신을 보고 전보다 더 크게 웃어대는 사람들... 정말 당황하고, 그 사람들이 미워졌을 것이다. 그러나 며칠 후, 다시 코가 길어지자 안도하고 평화로운 마음이 되는 젠치 내공. 특히 콧노래를 흥얼거리면서 가을 바람에 기다란 코를 흔들거렸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올 것 같다.
이 단편 소설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가 일본의 고전에서 소재를 따와 지은 것이라 한다. 그것의 이름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이 소설을 읽고나서 나는 일종의 교훈을 얻었다. 그리고 젠치 내공을 통해서 나의 모습과 세상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 낯선 작가에 대해서 흥미도 생겼다. 이 책을 읽고나서 제일 먼저 느낀 것은, 평범한 진리-약점에 대해 창피해하고 숨기려고만 할 것이 아니라, 대범하게 드러낼 줄도 알고 궁극적으로 그런 소심한 성격을 벗어나고 약점을 스스로 극복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분명히 나의 마음에도 소심하고 적극적이지 못한 응어리가 있을 것이다. 때론 나도 그것을 드러내고 다른 이와 나에게 상처를 입히고 후회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짧은 소설을 읽은 후 나와 세상 사람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대인관계. 그것이란 결코 쉽지 않고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기에 다른 사람과 인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간다. 직접적으로, 간접적으로 말이다. 서로 상대방을 알게 되면서 영향을 끼친다는 것, 그리고 닮는다는 것은 참으로 오묘하고 신기한 것 같다. 속세가 싫어 떠난 사람도 있지만, 지금 당장 속세에 속한 나로서는 대인관계를 생각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중. 그것은 수가 많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의미를 가진다. 대중들은 유행에 잘 현혹되고, 다수의 힘을 이용해서 어느 한 사람을 파멸시키거나 그 사회의 변혁을 꾀할 수도 있다. 그렇게 때문에 정치인들이 대중심리에 대해 연구하고, 이용하려 하는 것이다. 이 소설 '코' 속에서도 그런 대중의 심리와 행동이 잘 나타나 있다. 짧은 소설이 나에게 이런 많은 생각을 하게 하였다니 놀랍다.
그래서 장편 소설을 읽은 후에는 주로 줄거리와 장면이 기억에 남고, 단편소설을 읽은 후에는 그 소설을 읽은 후 나의 생각과 얻은 바, 인상이 더 기억되는 것 같다. 책을 읽은 후의 나의 느낌과 얻은 것이 잊혀지지 않고, 내 속에 자연스럽게 배어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