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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 현대문학북스의 시 1
안도현 지음 / 현대문학북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아무것도 아닌 것에 대하여. 옅은 주황색 글씨가 수직강하하면서, 그렇게 흘러내리지도 않고 딱 달라붙어있지도 않고 붕 떠있지도 않은 채로 그렇게 박혀있었다. 서점에는 참고서를 사러 갔던 것이었다. 그런데 시집이 있는 쪽으로 빠져서 한참동안 둘러보고 있다가 이것을 발견한 것이었다. 나는 이 시집을 사지 않았다. 그 대신, 사려고 했던 참고서만을 손에 쥔 채 서점을 빠져나갔다.
그 후 나의 생일이 왔고, 몇 주일이 지나서 이 시집이 나에게 왔다. 평소에 구석기라 불리우는 얼굴이 까만 친구 한 놈이 선물을 한 것이었다. 겉으로는 전혀 서정적으로 보이지 않는 그 놈은 속은 되려 깊고 서정적이다. 시를 써서 보여주는 것 하며 합평회를 할 때 답답하다고 내뱉는 그 모양이 그냥 겉으로 보는 느낌과는 다르다. 그래서 좋은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시집을 선물을 해 준 것이었다.
안도현 시인. 여기저기 대회에 나가면서 강연도 보았다. 그 때마다 느끼는 것은 편안함이랄까. 경직되지 않은 꾸미지 않은 사람. 시를 쉽게 쓰려고 한다는 시인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시를 하나하나 펼쳐 읽어보면 따뜻함을 느낀다. 그가 표제를 단 것처럼 이 시집에서 그가 주목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그 아무것도 아닌 것이 그를 통하면 무난하면서도 어딘가 따뜻해지는 느낌을 획득한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발견하면서 눈 언저리가 환해진다. 예사로운 것이 아니다.
이 시집의 시 중 나는 빗소리에 관한 시가 인상깊었다. 빗소리를 이렇게도 표현하고 생각할 수 있구나. 치열하게 시를 쓰는 시인도 많지만, 이런 아기자기하고 생활감 있고 인간냄새가 나는 시도 좋은 것 같다. 매일 사람을 보면서 우리는 사람을 제대로 보고 느끼고 마주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안도현의 이 시집을 보고 손바닥 가운데서부터 피어오르는 따뜻한 온기를 느껴보고 그 느낌을 타인에게 실천해봤으면 좋겠다. 그것이 집적거림에 불과할지라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