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비밀 - 75년에 걸친 하버드 대학교 인생관찰보고서
조지 베일런트 지음, 최원석 옮김 / 21세기북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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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행복의 비밀'이라는 제목이 사실 매력적인 제목은 아니었다. 사람은 항상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행복에 관한 저서는 출판업계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주제이니까.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행복은 우리 자신에게 달린 것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 그러니 힘내고 살아가라!"는 메세지를 전하려는 부류의 책이 아니었다. 이 책의 부제는 '75년에 걸친 하버드 대학교 인생관찰보고서'이다. 행복을 위해 현실성 없이 어줍지 않은 교훈을 전달하려는 자기계발서, 인문학 책이 아니라, 부제 그대로 75년 동안 하버드 대학교에서 행복에 관해 사람들의 인생을 관찰하고 연구한 자료들을 정리한 보고서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연구의 정식 명칭은 하버드 대학교 성인발달연구'이지만, 편의상 '그랜트 연구'라고 부른다. 연구가 처음 진행 될 때에 '그랜트 연구'로 시작되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명칭의 변화가 생기긴 하였어도 응답자들에게 혼동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냥 편의상 계속 '그랜트 연구'로 부르고 있다고 한다.

 

 이 세상에 많은 연구들이 있지만 왜 책으로까지 나오게 되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작가가 직접 명확하게 언급하고 있다.

첫째, 하버드 그랜트 연구는 독보적이고 전례가 없는 인간 성장에 관한 연구라는 점에서 기록할 만한 가치가 높다.

둘째, 4세대에 걸쳐 서로 다른 접근 방법이 통합괴어 있고 놀랍도록 풍성한 사실을 제공할 수 있다.

셋째, 지난 70녀 년 동안 여러 학회지에 발표된 자료들을 집대성했다.

넷째, 그동안 새롭게 등장한 수많은 이론과 기술적 변화를 목격하며 그 흐름을 받아들였다

다섯째, 기록하려는 사실이 모두 달라졌어도 연구 대상자와 연구자는 여전히 똑같은 사람으로 남아 있다는 역설 때문이다.

이 다섯 가지의 특별한 이유를 읽어보니 살면서 이렇게 긴 기간 동안의 장기연구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었고 다른 사람의 전체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이 참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어떤 연구기관에서 내 삶 전체를 분석하고 죽을 때까지 나와 내 주변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받는다면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다.

 

목차를 한 번 살펴보자.

1장 행복의 비밀 코드를 찾아서

2장 행복을 측정할 수 있을까

3장 행복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시대를 뛰어넘다

4장 어린 시절의 행복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5장 무엇이 성숙한 인생을 좌우할까

6장 결혼이 행복을 보장해줄까

7장 구십대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

8장 나를 방어한다는 것

9장 알코올리즘의 유혹을 뿌리치지 않는다면

10장 예상치 못한 발견

11장 우리, 행복할 수 있을까

 

 3장까지는 행복의 정의와 그랜트 연구에 대한 소개와 평가방법들을 소개한다. 4장부터가 연구의 결과를 분석한 진짜 내용이기 때문에, 그 전 챕터는 각자 선택에 따라 읽지 않아도 무방할 것 같다. 소설처럼 스토리가 있는 내용이 아니라 객관적인 내용 전달을 위한 보고서이기 때문에 이 분야를 전공하거나 워낙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정독하는 것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의 흥미에 따라서 부문 부분 찾아 읽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각자마다 행복을 얻는 통로는 모두 다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도 다양한 원인과 이유로 목차로 만든 것 같다. 어린 시절, 결혼, 꿈에 대한 열정 등 행복의 통로는 다양하니까. 단란하고 편안한 유년기를 지낸 사람도 2차 세계 대전에서 사람을 죽인 경험 때문에 자신의 나머지 인생 전체를 불행하게 보냈던 사람도 있고, 무관심한 가정에서 자라며 점점 스스로를 파괴하다 30살에 결국은 자살시도를 했다가 우연히 병원에서 예수님을 만났다며 일평생을 기쁨 속에서 살다 간 사람도 있다. 각자 인생에서 전환점이 되는 사건이 얼마나 다양하겠는가. 혹은 그저 시간 가는대로 어떠한 열정을 가져본 경험도 없이 삶을 살다간 사람도 있다.

 

  어떤 연구와 결론을 도출할 때에 정말 중요한 것들 중 하나가 실험한 것에 대해서 점수화를 시켜서 범주화를 한 뒤 결론을 도출하는 것인데, 이 책에서는 응답자들의 전체적 상태를 1에서 9까지 점수를 매겼고 기타 많은 실험들도 백분율로 표현했다. 숫자뿐만 아니라 관련 없음, 관련 있음, 매우 관련 있음 등으로도 기재하여 보기 이해하기 쉬웠다.

 

 삶의 후반기에라도 행복의 비밀을 알고 인생의 전성기를 맞이한 여러 사람들의 사례를 읽으면서 참 많은 것을 느꼈다. 요즘은 젊은 나이에 성공하고 사회에서 인정받는 것이 성공한 삶으로 통용되고 있고, 나 또한 젊으면 젊을수록 빨리 무엇인가를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길을 많이 돌아가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결국 자신이 사랑하는 일을 찾아내고 열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나 같은 경우는 미술을 늦게 시작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 뒤쳐졌다는 열등감과 불안감이 항상 있었다. 하지만 전체 삶을 놓고 보면 그래도 내가 원하는 길로 굉장히 빨리 찾은 편이고, 또 그 것을 위해 열심히 살고 있으니 난 행복의 비밀 일부는 찾은 것 같다.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나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이라면 꼭 읽어보길 권하는 책이다.(특히 심리학, 철학 전공자들은 안 읽으면 손해일 것 같다.) 이렇게 전례 없는 장기적인 연구로 한 인간의 전체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흥미로운가?! 또한 부모님들은 아이들이 유년기에 받은 학습과 경험들이 인생 전체에 어떻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다양한 사례들과 함께 읽어보면 분명 자녀학습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나도 이 책을 잘 보관해 놓다가 나중에 교단에 나가기 전에 다시 꺼내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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