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왜 진실인가 - 진화심리학으로 보는 불교의 명상과 깨달음
로버트 라이트 지음, 이재석.김철호 옮김 / 마음친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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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번아웃에 운동도 더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자 그 다음으로 고개를 돌리게 된 것이 마음챙김이었다. 여러권의 책에서 운동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해결책이었기에, 지금은 덜할지라도 충분히 운동이 내게 유효했던 것이 사실이었던만큼 마음챙김의 미심쩍은 신비주의적 냄새에 대한 의심은 일단 접어두자는 생각이었다. 


결국에는 마음챙김의 배경인 불교의 무아 개념과 접하게 되면서, 생각보다 마음챙김이 내 삶의 더 많은 것에 연관되어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확장되고(정확히는 내가 원하는 마음챙김의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많은 생각이 바뀌어야함을 알게되고), 예상치 못하게 이 책을 읽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나는 나를 이 예상치 못한 독서여정으로 이끈 호기심에 감사하다. 산발적으로 보였던 내 관심사들이 사실은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은 볼록렌즈처럼 수렴해 보여준며 하나의 세계관으로 만들어준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이제까지 그 여러 책들을 읽었던가 싶을 정도로 읽는 동안 여러권의 책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경험을 했다.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공백들을 메꿔주는 책이고, 이제까지 마음챙김에 대한 흐릿한 인식의 해상도를 맑고 뚜렷하게 높여주는 책이다. 자신에게 주의력결핍장애가 있다는 작가의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 책은 문제를 맹렬하게 쫓는 힘이 있다.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가장 빛났던 부분은 5장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과연 진실인가" 였다. 내가 마음챙김 책들을 읽으면서 무아의 개념에 대해 너무 문제의식 없이 순순히 안이하게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다른 대상의 무상성을 인식하는 의식 자체도 없을 수 있는지, 그 무상성을 판별하는 주체가 없을 수 있는지에 대해 주류불교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이제까지의 불교 전파 과정에서 덧붙여졌을 해석들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붓다 최초의 설법에 대한 해석에 집중하는 독립적 학자들의 주장을 둘러보게 해준다. 결국에는 무아라는 개념의 난해함에 크게 개의치 말고 초기부터 불교 전통의 일부라고 누구나 동의하는 자아개념만 자신에게 유용한만큼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진지하게 무아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마음챙김을 받아들이려고 했다면 언젠가는 맞딱뜨려서 혼란이 생겼을 문제에 미리 선을 그어줘서 고마웠다.

그러나 붓다의 말과 의도에 관한 많은 의견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초기부터 불교 전통의 일부라고 누구나 동의하는 주제는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가 가진 자아 개념은 실제의 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대개 자아가 ‘통제‘와 ‘시간상 견고한 지속‘ 이라는 속성을 지녔다고 믿지만 면밀히 살피면 나라는 존재는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으며 시간의 흐름에서 고정적 실체를 지니지 않은 유동적인 존재이다. - P102

이것이 내가 공의 교리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불교 학자들이 널리 인정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여기서 공은 모든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존재한다고 여겼던 사물의 본질이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공을 지각한다는 것은 데이터의 중심에 있는 특정 대상에 관한 이론을 세워 그것을 ‘본질‘이라는 말로 요약하지 않고 날것의 감각 데이터만을 지각하는 것을 말한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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