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으로 우울을 지나는 법 - 지긋지긋한 슬픔과 무기력, 우울에서 벗어나는 8주 마음챙김 명상
마크 윌리엄스 외 지음, 장지혜 외 옮김 / 마음친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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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려는 분, 그리고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읽어보려 하시는 분들은, 나처럼 우울 관련 장애를 앓고 있거나 그런 주변 사람을 도우려는 분들일 것이다.


괜한 노파심에 적어두자면, 이 책의 주에 적혀 있는 것과 같이 우울 삽화(에피소드)가 있을 때는 정신과를 먼저 찾고, 전문가와 상담하고, 때로는 약물을 통한 접근을 우선 고려해 봐야 한다.


우울증으로 인해서 책 몇 장 읽기 힘든 수준의 주의력과 집중력을 가지신 분들(나 또한 그랬다), 성질 급하신 분들을 위해서 먼저 적자면, 우울증에 마음챙김이 좋다는 얘기는 여기저기서 많이 들었는데, 아주 기본적인 원리에 대한 이해와, 초보자가 따라서 실천해 볼 수 있는 계획표와 음성 안내를 원하신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나는 우울 가운데에 있었을 때에 내 우울은 다른 사람들의 우울증과 같지 않은 아주 개인적인 것이라고 느꼈다. 세상 그 누구도 나의 우울을 이해할 수 없고, 그렇기에 나는 도움을 받을 수 없고, 심지어 어쩌다가 기적같이 우울이 느껴지지 않을 때에는 나 자신조차도 우울했던 때의 나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지금 우울에 빠져있는 누군가에게는 '우울은 이렇다.' 라고 말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걸 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주아주 개인적인 것이라는 말을 덧붙여서 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울증을 현상적인 면에서만 보자면, 어떤 부정적인 '생각'이나 '감정'이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길 정도로 반복되는 것인데,  내 경우에 우울은, 처음에는 그저 생각을 곱씹는 습관(반추)이 '우울감'을 불러일으키고, 그 '우울감'이 더 생각을 곱씹게 만들어서 또 다시 우울감을 불러일으키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마음챙김에서는 우울하지 않은 사람도, 우울하지 않을 때의 나도, 무의식적 자동적 반사적으로 많은 생각을 한다고 말한다. 우울할 때의 나는 그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자동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 더욱 활발해지는 것이다. 그런 악순환을 어떤 이유에서든 쉽게 끊지 못하는 상태가 우울증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챙김이 그런 악순환을 완전히 끊어줬다거나 아예 다시는 생기지 않게 해줬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내 경우에는 그런 악순환에 균열을 내줬다는 점, 그리고 다시 악순환을 늦추고 완화할 수 있게 마음을 조절할 수 있게 해줬다는 점에서 마음챙김이 도움이 됐다. 


다소 추상적으로 말한 것 같아서 덧붙이자면 균열을 내줬다는 건, 내가 더는 생각을 곱씹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납득하게 해줬다는 걸 말한다. 내 경우에 우울이 길게 이어지자 나는 내 우울 자체에 대해서도 생각을 곱씹고, 또 그것이 우울을 가속화했는데, 마음챙김의 원리(이 부분은 <불교는 왜 진실인가>라는 책이 가장 많이 도움이 됐다.)에 대해서 읽어나가면서 내 우울이 어디에서 왔는가에 대한 충분한 답을 주었기 때문에 우울 자체에 대해 곱씹는 악순환을 끊을 수가 있었다.


이 책에서 친절하게 설명해주듯이, 가끔은 마음챙김이라는 답이 있다는 것을 알아도 마음이 그걸 거부할 때도 있다. 집착적으로 계속해서 아프고 멍한 마음을 끌어안고 싶을 때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도 다 지나갈 줄을 안다. 그런 와중에도 나는 다시 마음챙김을 하면서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고 이 우울을 점점 작아지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에 안도한다. 그리고 다시 조금이라도 마음챙김을 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나는 매번 충분한 도움을 받았다. 


그렇지만 마음챙김의 효과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실천하는 것이다. 수영의 원리를 알면 수영을 잘 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그걸 아는 것만으로는 수영을 잘할 수 없다. 그렇지만 수영의 원리를 알지 못하고도 수영을 잘 하는 사람들은 많다. 내 경우에는 '사람이 물에 떠서 팔을 저어서 앞으로 나가는 게 가능할 리 없다'라는 상태에서 '수영이라는 것이 가능하구나.'를 대충이나마 알게 된 수준이라고나 할까. 수영을 하지 않으면 바로 물에 가라앉는다는 피드백이 있으므로 혼자서 어렵게나마 익힐 수 있지만, 마음은 보이지가 않아서 더 어렵기 때문에 좋은 선생을 두고 그 실천법을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다. 나처럼 그럴 여유를 내지 못하는 분이나, 책으로 먼저 접해보고 싶은 초심자들에게 필요한 만큼의 원리와 실천법을 쉽게 차근차근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빛난다.


그렇게 애써 몸부림치지 않고(역설적이지만 실제로 이 책에서는 마음챙김을 하려 애쓰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둥둥 떠서 물살을 저어나가는 법을 배우다 보면, 그렇게 내 우울을 헤엄쳐 나가는 방법을 배우다 보면, 우울 전에도 닿지 못했던 또 다른 어떤 곳까지 헤엄쳐 나갈 수도 있지 않을까?

명상 수련에 필요한 노력은 ‘목적지‘에 얼마나 가까이 갔는지 계속 체크하는 노력이 아니다. 인내와 전념, 신뢰 등의 현명한 노력이 더 중요하다. 나비가 어깨에 앉기 바라며 조바심을 내면 나비는 더 앉지 않는다. 이때 할 일은 억지로 나비가 내려앉게 만들려는 시도를 내려놓고 나비 스스로 내려앉기를 지켜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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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왜 진실인가 - 진화심리학으로 보는 불교의 명상과 깨달음
로버트 라이트 지음, 이재석.김철호 옮김 / 마음친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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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과 번아웃에 운동도 더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자 그 다음으로 고개를 돌리게 된 것이 마음챙김이었다. 여러권의 책에서 운동 다음으로 가장 많이 언급된 해결책이었기에, 지금은 덜할지라도 충분히 운동이 내게 유효했던 것이 사실이었던만큼 마음챙김의 미심쩍은 신비주의적 냄새에 대한 의심은 일단 접어두자는 생각이었다. 


결국에는 마음챙김의 배경인 불교의 무아 개념과 접하게 되면서, 생각보다 마음챙김이 내 삶의 더 많은 것에 연관되어 있다는 데까지 생각이 확장되고(정확히는 내가 원하는 마음챙김의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내가 가지고 있던 기존의 많은 생각이 바뀌어야함을 알게되고), 예상치 못하게 이 책을 읽기까지 이르렀다. 그리고 나는 나를 이 예상치 못한 독서여정으로 이끈 호기심에 감사하다. 산발적으로 보였던 내 관심사들이 사실은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는 것을 이 책은 볼록렌즈처럼 수렴해 보여준며 하나의 세계관으로 만들어준다. 이 책을 읽기 위해 이제까지 그 여러 책들을 읽었던가 싶을 정도로 읽는 동안 여러권의 책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경험을 했다. 내가 기대하지 않았던 공백들을 메꿔주는 책이고, 이제까지 마음챙김에 대한 흐릿한 인식의 해상도를 맑고 뚜렷하게 높여주는 책이다. 자신에게 주의력결핍장애가 있다는 작가의 말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이 책은 문제를 맹렬하게 쫓는 힘이 있다. 


저자의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가장 빛났던 부분은 5장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과연 진실인가" 였다. 내가 마음챙김 책들을 읽으면서 무아의 개념에 대해 너무 문제의식 없이 순순히 안이하게 받아들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다른 대상의 무상성을 인식하는 의식 자체도 없을 수 있는지, 그 무상성을 판별하는 주체가 없을 수 있는지에 대해 주류불교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이제까지의 불교 전파 과정에서 덧붙여졌을 해석들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붓다 최초의 설법에 대한 해석에 집중하는 독립적 학자들의 주장을 둘러보게 해준다. 결국에는 무아라는 개념의 난해함에 크게 개의치 말고 초기부터 불교 전통의 일부라고 누구나 동의하는 자아개념만 자신에게 유용한만큼 받아들이라고 하지만 진지하게 무아의 개념을 염두에 두고 마음챙김을 받아들이려고 했다면 언젠가는 맞딱뜨려서 혼란이 생겼을 문제에 미리 선을 그어줘서 고마웠다.

그러나 붓다의 말과 의도에 관한 많은 의견 불일치에도 불구하고, 초기부터 불교 전통의 일부라고 누구나 동의하는 주제는 있다. 그 중 하나가 우리가 가진 자아 개념은 실제의 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대개 자아가 ‘통제‘와 ‘시간상 견고한 지속‘ 이라는 속성을 지녔다고 믿지만 면밀히 살피면 나라는 존재는 내 마음대로 통제할 수 없는 부분이 많으며 시간의 흐름에서 고정적 실체를 지니지 않은 유동적인 존재이다. - P102

이것이 내가 공의 교리를 이해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것은 실제로 불교 학자들이 널리 인정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여기서 공은 모든 사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라, 존재한다고 여겼던 사물의 본질이 실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공을 지각한다는 것은 데이터의 중심에 있는 특정 대상에 관한 이론을 세워 그것을 ‘본질‘이라는 말로 요약하지 않고 날것의 감각 데이터만을 지각하는 것을 말한다. - P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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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골드스타인의 통찰 명상 - 삶의 불만족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자유에 이르는 길
조셉 골드스타인 지음, 이재석 옮김 / 마음친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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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 관련 책을 몇 권 읽으면서 공통적으로 언급된 이름이 이 책의 저자인 조셉 골드스타인이다. 다른 책들에서 묘사된 그의 모습은 만나는 사람 자체를 편안하게 하는 완성적인 수행자의 모습, 깨달은 사람이라고 믿어지며 존경받는 스승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본인이 직접 저술한 책을 읽고 싶다는 호기심에서 처음으로 찾은 책이 <마인드풀니스> 와 이 책이다.

보통 나는 한 분야의 전문가의 책을 읽을 때 대충 목차를 비교해 겹치는 내용을 예상한 뒤, 왠만하면 그 저자의 최신작만을 골라 읽곤 한다. 이 책이 국내 출판된 도서가운데서는 최신 발행된 것이기에 읽기 시작했는데 서문을 읽다보니 <마인드풀니스> 쪽이 원서로서는 나중에 출판된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땐 이미 이 책을 구매한 뒤였으므로, 기왕 그렇게 된 것 반복되는 내용이라도 두번 읽어 나쁠 것 없다는 생각으로 이 책도 읽고, <마인드풀니스>도 읽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이 책이 훨씬 좋아서 구매해 읽은 보람이 있었다. 전체적으로 <마인드풀니스>는 불경원전을 참고하는 데에 충실하려는 저자의 의도 때문인지, 딱딱하고 문장이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많아서 읽으며 애를 먹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책, <조셉 골드스타인의 통찰 명상>은 결국은 같은 내용을 설명하고 있는 책이면서도, 마음챙김의 깨우침처럼 간명하고 가볍게 흐르듯이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마음챙김을 이해하려는 초심자라면 이 책을 추천할 것이고, 이 책 자체로도 모자람이 없다고 생각하고, 마음챙김이 기원한 불경에 대한 이해를 더 구하는 사람이라면 <마인드풀니스>를 읽어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별도의 어떤 지도를 받지 않고, 내가 책을 읽고 이해한대로 마음챙김 명상을 해보았는데, 과연 내가 가지는 느낌이 맞는 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많은 책들에서 마음챙김에 대해 설명하지만, 정말 그 수련을 많이 해본 사람이 가지게 되는 느낌의 정수가 궁금했다. 


레딧에도 나와 같은 질문에 답들이 달린 페이지가 있다. 

https://www.reddit.com/r/Mindfulness/comments/7w1bm9/what_does_mindfulness_feel_like/


대체로 고요함, 평화로움이라는 느낌에 수렴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내 이해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을 읽으며 이해하게 된 것은, 마음챙김이 꼭 내가 생각한것처럼 도달하게 되는 어떤 특정한 느낌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마음챙김을 통해 자신이 인식하는 대상의 무상성과, 인식 자체의 무상성을 깨닫게 되면, 자유로움과 평화로움, 기쁨보다 더 좋게 느껴지는 고요함을 얻게 된다고는 하지만, 마음챙김은 마음이 괴로울 때에도 그것과의 갈등을 일으키지 않고 그 상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또한 내 표현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파도에 맞서는 것이 아니라 파도의 흐름을 타는 것이다. 주변 상황이 시끄럽고 마음을 흐트러뜨릴지라도 평정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마음의 근육 같은 것.  이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나 자신의 의문에 답을 구한 것이다.


수행이 즐거운 느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란 점을 마음 깊이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즐거운 느낌만 받아들이려는, 완고하게 조건화된 마음에 맞설 수 있어야 합니다.

두번째 느꼈던 의문은 책에도 그 내용이 나와 있어 반가웠던 내용이다.


"자아가 없다면 지금 열심히 수행하고 있는 이 사람은 누구인가? 불교는 우리가 죽으면 윤회한다고 하는데 자아가 없다면 누가 윤회하는가? 누가 기억을 간직하고 누가 화를 내며 누가 사랑에 빠지는가? 도대체 자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의 참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가 순간순간 보고 느끼는 현상들의 무상성은 받아들이기 쉽지만, 그것을 인식하는 나 자체도 없다는 생각이 어떻게 보면 스스로를 한없이 불안하게 느끼게 할 수도 있다고 언급해준 점이 나만이 그런 의문을 느끼는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 주는 것 같아서 반가웠다. 그에 대한 이 책의 답은 선문답같은 느낌을 준다.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도 떨어져 부딪힐 땅이 없다면 당신은 두려움없이 스카이다이빙을 즐길 수 있습니다.

애초부터 잃을 자신이 없기에 자신을 잃는 것이 무서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

이 책을 읽기 전의 나 자신이라면 이런 답에 만족 못했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 책은 쉽지만 차분히 조곤조곤 따라가게 해주므로, 어느새 가랑비에 옷젖듯이 이런 말들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한다. 

그럼에도 아직은 내가 따라가기 벅차다고 생각한 부분은 부모에 대한 감정과, 반사적으로 모기와 같은 작은 생명을 해치지 않는 마음가짐 정도랄까.

애초에 내가 마음의 혼란을 겪고, 이쪽으로 눈돌리게 한 것도, 이 책에서 기억해두라고 한 수행의 시작점인 나의 부모에 대한 원한과도 같은 감정 때문이기도 하고, 내가 과연 언젠가는 부모에게 자애의 명상을 할 수 있을지도 확신 못하겠다. 그리고 난 아직 벌레가 앞에 나타나면 전기모기채로 처리해버리는 사람이다. 

물론 내가 이 책의 저자와도 같은 수준에 도달하리라고는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종류의 깨달음만으로도 나는 일상생활 속에서... 사람이 붐비는 터미널이나 백화점, 버스 속에서도, 예기치 않게 기다려 짜증이 나게 된 시간에도, 불쑥 내 짜증을 돋구는 무작위의 사건들 앞에서도, 낮시간 동안의 어리석음들이 머릿속을 떠도는 잠자리에서도, 조금 더 평화로울 수 있게 되었다. 지금 내가 남들만큼 감정적으로 들뜨고 확연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할지라도 내가 지금 가질 수 있는 고요한 행복을 안다. 그냥 어떤 차분한 내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런것에 휘둘리며 고통받는 내가 없음을 안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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