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경영의 12가지 조건 - 지속 성장하는 기업은 무엇이 다른가
갤럽 외 지음, 김광수 옮김 / 청림출판 / 202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했었던 직장생활이 떠올라서 참 좋았다. 벌써 20여 년 전의 일이다.

​

그때 서울에 있었던 우리 회사는 '위대한 경영의 12가지 조건'과는 거리가 있었다. 지금처럼 직원의 성장과 몰입을 이야기하는 문화도 전혀 아니었고 철저히 갑과 을이 존재하던 시절이었다.

​

내가 졸업한 부산에서는 아직도 여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가 남아 있었다. 시각 디자인과 졸업을 앞두고 몇 군데 면접을 보았지만, 정작 홍보실이라는 곳에서도 내가 해야할 일은 다른 직원들을 보조하는 일들이었다. 그러니 나는 부산에서는 취업을 하고 싶지가 않았었다.

​

나는 서울의 한 게임회사에 입사했다. 당시만 해도 게임회사는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고, 새로운 문화 사업을 만들어 간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회사가 앞선 산업에 있었다고 해서 조직문화까지 앞선 것은 아니었다.

​

나는 삼수를 하고 입사한 덕분에 다른 신입사원들보다 나이가 조금 많았다. 성격도 무뚝뚝한 편이었다. 다른 직원들처럼 상사에게 살갑게 다가가거나 분위기를 맞추는 데 서툴렀다. 그러다 보니 직속 상사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다고 느꼈다.

​

그 당시에는 많이 억울했다. 실력보다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나 친밀함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

하지만 불평한다고 달라질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을 고쳐먹었다.

​

'실력으로 보여주자.'

​

이것이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책에서 말하는 세 번째 조건은 '매일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할 기회가 있다'이다. 나는 말솜씨가 좋은 사람도 아니었고, 아부를 잘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대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은 맡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이었다. 결국 나의 강점에 집중하기로 했다.

​

그러면서 한 가지 더 노력한 것이 있었다. 직속 상사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이다.

​

그는 소아마비를 가진 30대 가장이었다. 기술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해 스카우트된 실력 있는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나를 좋게 보지 않는다고만 생각했지만, 그의 삶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서 나 역시 먼저 배려하려고 했다. 그것은 아부가 아니라 한 사람에 대한 진심이었다.

​

책의 다섯 번째 조건인 '상사나 동료가 나를 한 인간으로 배려한다'를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배려는 먼저 받는 것이 아니라, 먼저 건네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 비록 내가 부하직원이었지만.

​

시간이 흐르면서 관계는 조금씩 달라졌다. 입사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직속 상사는 나를 인정해 주기 시작했다. 그 인정은 칭찬 한마디보다 더 큰 힘이 있었다. 내가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을 주었기 때문이다.

​

책에서는 성장과 몰입을 이야기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시절의 나는 회사에 오래 남기 위해 일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목표는 분명했다. 솔직히 내가 생각했던 회사도, 회사분위기도, 경영 마인드도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

'3년 동안 열심히 해서 나라는 사람의 인정을 받자. 그리고 미련 없이 떠나자.'

​

결국 3년이 되었을 때 나는 회사에서 놓치기 아까운 필요한 사람이 되었지만 당당히 퇴사했다. 그리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내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벤처회사를 시작했다.

​

지금 생각하면 그 선택은 책의 열두 번째 조건인 '지난 1년간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있었다'와도 닿아 있다. 좋은 회사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곳에서 배우겠다는 마음으로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나는 성장할 수 있었다.

​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미용실을 운영하는 사람이 되었다. 직원이었던 내가 이제는 직원과 함께 일하는 경영자의 자리에 서 있다. 그래서 이 책은 나에게 두 가지의 의미가 있었다.

​

예전에는 '왜 나를 인정해 주지 않을까?'를 고민했다면, 지금은 '나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성장할 기회를 주고 있는가?', '나는 그들의 강점을 제대로 보고 있는가?'를 먼저 돌아보게 된다.

​

완벽한 회사는 없을 것이다. 나 역시 완벽한 경영자는 아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한 것 같다. 좋은 경영은 빈틈없이 세우는 전략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

[위대한 경영의 12가지 조건]은 기업을 위한 경영서이기도 하지만, 결국 사람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함께 일할 것인가를 이야기하는 책이었다.

​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20년 전 신입사원이었던 나를 다시 만날 수 있었고, 지금의 나에게는 올바른 경영을 하고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주었다.

​

또한 이 책의 장점은 각 조건마다 갤럽의 오랜 연구 결과와 실제 기업 사례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 특히 부록에 실린 참고 문헌들은 나를 너무 놀라게 했다.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연구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그래서 이 책이 단순한 경영 노하우를 소개하는 책이 아니라, 오랜 시간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경영의 바이블이라고 불릴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

책이 강조하는 핵심은 결국 사람이다.

​

직원이 회사에서 무엇을 기대하는지 알고 있는가.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기회를 얻고 있는가.

인정받고 있는가.

성장하고 있는가.

​

이 질문들은 직장인뿐 아니라 경영자에게도 똑같이 던져진다. 좋은 조직은 뛰어난 사람 몇 명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신뢰하며 함께 성장하는 문화 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것이 이 책이 일관되게 말하는 메시지였다.

​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

책이 워낙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읽는 데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풍부한 연구와 사례는 분명 이 책의 강점이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더 압축했더라면 더 많은 사람들이 끝까지 읽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

처음 책을 접했을 때, 두께에 놀랐고 너무 많은 참고 문헌에 또 놀랐다. 정말 열심히 연구하고 노력으로 만들어진 책인 것 같다. 마치 한 권의 경영 백과 사전같은 느낌이다.

​

내용으로는 너무 훌륭한 책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단숨에 읽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운 분량이었다. 아마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

이 책의 핵심을 정리해보았다.

​

'사람을 존중하는 조직이 결국 오래간다는 것.'

'좋은 경영은 거창한 전략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다는 것.'

​

아마 앞으로 미용실을 운영하면서도 이 책을 한 번으로 끝내기보다, 필요한 순간마다 다시 펼쳐 보게 될 것 같다. 가끔 내가 옳은 길로 가고 있는지 뒤돌아보고 싶을 때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