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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생명은 없다 - 세계 최초, 유기동물 호스피스에서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
알렉시스 플레밍 지음, 강미소 옮김 / 언제나북스 / 2023년 5월
평점 :
작은 생명은 없다
언제나북스 | 알렉시스 플레밍
세계 최초로 동물 호스피스를 설립한
동물 복지 전문가 알렉시스 플레밍,
그리고 그녀의 곁을 지켜주었던
사랑스러운 아가들의 일화를 담은 이야기
<작은 생명은 없다>.
작가 <알렉시스 플레밍>
동물 복지 운동가로 활동하며
주인 없는 개들의 도살을 막고 구조를 돕고자
'파운즈 포 파운디즈'
pounds for poundies라는
자선 단체를 만들기도 했던 알렉시스는
동물 호스피스뿐 아니라
방치되거나 불치병에 걸린 동물들을 돌보는
카라스 보호 구역을 운영하며
많은 동물들을 구해내는데 누구보다 앞장섰다.
이러한 그의 일화들은 BBC, 더 썬 가디언즈 등
여러 매체들을 통해 다뤄졌고
에든버러 국제 영화제에서는
알렉시스와 동물 호스피스에 관한
짧은 다큐멘터리가 초연 되기도 했는데
2020년 뉴욕에서 '뛰어난 논픽션 단편 영화'
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시작은 '매기'였다.
가장 큰 조각들을 가져가고 남긴
매기를 위하여 처음 시작된 호스피스.
아마 조지는 먹을 것이 충분하고
아늑한 보금자리도 원했겠지만,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사랑이었을 터였다.
나이 든 치매에 걸린 주인과 살면서
무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헛간에 갇혀 홀로 지내온 조지.
늙고 병든 채 먼지 구덩이 속에서 살다
알렉스에게 겨우 구조가 되었지만
사랑받는 게 어떤 건지 느낄 수 있을 때 즈음
오랜 시간 치료 시기를 이미 놓친 조지에게는
단 며칠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얼마 남지 않은 잠깐의 시간 동안
음식, 따뜻함, 사랑으로
조지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싶었다던
알렉스의 마음이 책 너머로 고스란히 느껴졌다.
누구보다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고
새해가 왔음을 알리는 종이 울릴 때,
조지는 꿈만 같던 12일이라는 시간을 뒤로하고
홀로 소풍을 떠났다.
조지가 겪었던 일들을 바꿀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사랑받는 게 이런 거구나'
가족들에게 듬뿍 사랑받으며
짧지만 그 누구보다 행복한 12일을 보냈을 터라
조금은 마음에 위안이 되었다.
그리고 첫 챕터부터 눈물이 나서
그다음 장을 열기가 두려워졌다.
수많은 다른 개들에게도
같은 기적이 늘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유기견 보호소, 개공장, 길바닥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에선가
홀로 절망하고 외로움과 싸우며
사랑받는 게 무엇인지도 모른 채
죽어가는 아가들.
지금 내 곁에서 온갖 사랑과 어리광은 다 부리며
가족들과 함께하는 우리 삼둥이들처럼
모두가 다 사랑받으면서 행복하면 좋으련만
작가의 말처럼 그렇지 못한 현실이
참 씁쓸하고 아리다.
서울 근교의 유기견 보호소나 정부에서 시행하는
TNR 고양이 중성화 수술을 받는 고양이들을 위해
마련된 시설에 봉사활동을 꾸준히 다니고 있다.
아가들이 너무 예쁘기도 하고
내가 그들에게 무언가 힘을 보탤 일이 없을까
몸으로 때워보잔 생각에 그곳을 드나들긴 하지만
봉사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우리 아가들을 보면
'너희들 팔자도 참...'
같은 강아지 고양이인데도
이렇게나 다른 삶을 살 수 있나 싶은 생각이 들어
왠지 슬퍼질 때가 종종 있다.
물론, 금수저 흙수저 타령하는
우리들의 삶처럼
동물들도 크게 다른 건 아니겠지.
매기가 우리에게 남겨 준
영혼의 조각들이
늙고 방치되고 죽어 가는 영혼들에게
새 삶을 선물한 것이다.
어느 날 종양 진단을 받은 매기는
위험을 무릅쓰고 무사히 수술까지 잘 마쳤지만
동물 병원에서의 다소 어이없는 실수로 인해
패혈성 쇼크로 죽고 만다.
조지에 이어 매기를 보내고
그 이후에 또 다른 보호소의 오샤까지.
연이어 아가들을 소풍 떠나보내며
알렉스는 고민 끝에 결국 호스피스 건립을 하게 된다.
아가들이 줄줄이 떠나는 것을
텍스트로 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감정이 충분히 힘들었는데,
와중에도 또 다른 동물들을 생각하며
'호스피스'를 떠올렸던 작가.
어쩌면 매기를 비롯해
먼저 보낸 가족들을 참 멋지게 기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얼마 전 내가 반려하고 있는 강아지인
쿠키가 하루아침에
갑자기 걷지 못할 정도로 정말 많이 아파서
2차 병원에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스크린 검사를 하기도 하고,
열다섯이나 된 노령견이다 보니
정확한 원인을 위한 검사 하나만 하려 해도
아이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위험을 감수하고 생각하며 고민해야 했다.
물론 아직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긴 하지만
쿠키가 아파 잘 걷지 못하는 것만으로도
난 몇 달 내내 제대로 된 생활을 할 수도 없었다.
그리고 언젠가는 맞닥뜨려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쿠키가 내 곁은 떠날 수도 있다는
혹은 떠났을 때를 생각하면
나는 정말 아무것도 하지 못할 것 같은데
매기를 잃었을 때,
작가는 슬픔 속에 머무르는 대신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그 작은 생명들의 삶을
조금 더 행복하고 안전하게 만들어주는 것
죽음을 최대한 평화롭고 존엄하게 만들어 주는 것
오롯이 그 작고 소중한 생명들을 위해서.
게다가 작가인 알렉스는 자가 면역 질환인
크론병을 앓고 있었는데,
몸이 스스로를 계속 공격해
창자 전체에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염증성 관절염에 움직일 때마다
다리 통증을 느끼면서도
힘이 없는 아가들을 위해 무언가를 끊임없이
노력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너무나 많은 동물들이
작가의 삶에 밀물과 썰물처럼
마구 들어왔다 마구 빠져나갔다.
'그들은 내 마음의 조각을 가져가는 대신,
그 틈을 메우라며 자신의 조각을 남기고 떠났다'
말하는 작가의 말이
책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조금은 이해가 갈 것도 같다.
이 책의 원제는 'No life too small'이다.
책 제목처럼 작가는 이 세상에 살아가는
그 어떠한 작은 동물들도 소중하게 생각하며
'호스피스'라는 명목 아래
몸소 그 사랑을 실천했다.
동물뿐 아니라 우리들 삶에 함께하는
작고 약한 이들에게
작가가 보여주었던 관심과 사랑을 쏟는다면
우린 조금 더 나은 세상에 살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작고 소중한 생명체인 세상의 모든 동물들이
아프지 않고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동화 같은 기도를 해본다.
<작은 생명은 없다>
저자 알렉시스 프레밍
출판 언제나북스
발매 2023.05.20.
본 포스팅은 <언제나북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