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달 별 사랑 고블 씬 북 시리즈
홍지운 지음 / 고블 / 2022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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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주, 달, 별 사랑이라니

제목 마저도 너무 로맨틱한 

예쁜 소설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스타일리시한 유머 감각과

컬트적 상상력으로 독자들을 즐겁게 해왔던 

홍지운 작가.


​우주 달 별 사랑은

달의 바다에서 등대지기 소년과 

우주 전함에서 실험체로 자란 소녀가

운명처럼 만나

달에서 일어나는 혼돈 속에서

서로 의지하며 헤쳐나가는

따뜻한 사랑 이야기이다.


150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비교적 짧은 소설이라

하루만에 뚝딱 부담없이 읽었다.

​물론 쑥쑥 읽혀내려가서

금방 읽기도 했다 :)


​"등대지기는 기다리지 않으면서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


열세 살 소년 핀이

할아버지를 대신해 

달의 바다를 지키는 

등대지기를 하는 일과로 시작하는 이야기.


​첫 페이지의 문장이었던

기다리지 않으면서

기다리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이

참 예쁘다고 생각했다.


성산중공의 실험체로 자란 '메아'는

할머니의 희생으로

그림자의 힘을 이용해

그곳에서 탈출에 성공하고

달의 조난자로 핀에게 구조된다.


​핀은 메아를 위해

월인을 찾아주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결심하지만

성산중공의 끈임없는

메아에 대한 집착으로

온갖 어려움을 겪는다.


​그 과정에서 핀과 메아가 나눈 대화들은

절로 마음이 따뜻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았던

"우주의 중심"

우주의 중심이 궁금했던 메아와

다정함이 온몸에 장착된 핀.

우주의 중심을 알수는 없었지만

책이 끝날 무렵

메아의 우주 한가운데는 핀이 있었다.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

오히려 더 나쁜 사람이 많다고 했어.

스스로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해서

반드시 나쁜 사람인 것도 

아니라고 했고".


좋은 사람인지 묻는 메아의 질문에

본인이 대답하지 않고 

자기를 지켜본 후 

그 대답을 메아에게 해달라는 핀.

이렇게 귀엽고 착한 애기가 있다니

웃음이 났다 ㅎㅎ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따뜻해지도록 만들어 준

핀의 다정한 말투.


​"나이나 지위는 

덧셈으로만 계산 되지 않는다.

나이가 지위가 

사람을 성숙하게 할때도 있지만

오히려 더 어리게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핀의 할아버지가 핀에게 해줬던 말이었는데

정말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말이었다.

최근에 누군가와 갈등을 겪으며

'어른'이 된다는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본적이 있었다.


나이와 지위는 덧셈으로만 계산되지 않는다니.


​핀의 할아버지 말씀에 무릎을 탁 치면서도

나에게 나이가 든다는건

어제보다 조금 더 현명해지는 것인줄 알았는데

모두가 꼭 다 그런 건 아닌가보다.


"숫자로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은

이득이 되는 것은 더하고

손해를 보는 것은 빼가면서 

살아야 한다는 거지".


이렇게 예쁘고 따뜻한 소설에

말도 안 되는 빌런이 있었으니

성산중공의 요안.


​소시오패스와 싸이코패스를 합쳐놓은

뒤틀린 괴물의 정석.

본인과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는

사람을 죽이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메아 할머니의 심장을 꺼내

본인에게 이식하는 등

아전인수의 끝판왕을 보여주는

기괴한 인물이다.


​본인이 잘못한 것은

절대 인정하지 않으면서

상대방의 말은 모두 부정하고

감정 컨트롤에 실패해

핀의 어릴적부터 가장 소중한 친구였던

생활 보조 드론인 앙리를

처참히 깨부수는 장면에서는

욕이 절로 나왔다.


​자기 잘못에 대해

죄책감도 없고

도대체가 논리가 통하지 않아

대화 자체가 되지 않는 요안을 보면서

저렇게 답도 없는 무논리를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은

죽음 뿐인건가...?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죽는 마지막 순간에도

본인의 과오 따위는 커녕

어떻게 하면 모두를 파멸로 이끌 수 있을까

고민했던 미치광이 요안.


말도 안 되는 빌런처럼 그려지긴 했지만

어쩌면 우리 사회에

그리고 지금 내 주변에도 있을지 모르는 

무서운 존재인 것 같다.


​아무리 숫자로 이해되는 세상이라지만

절대 요안처럼은 되지 말아야지.


"좋아하는 것들을 한가득 모아놓은 

사탕주머니 같은 소설"


핀과 메아가 달의 바다에서

꽁냥꽁냥 하는 모습의 마무리가 아니라

아쉬움을 조금 남겼지만

마지막 누군가의 편지를 끝으로

어딘가에서 핀과 메아는

어떻게든 연결 되어 있겠구나

열린 결말로 끝이 나는 소설.


​지구에 살면서

달의 이야기를 이렇게나

예쁜 상상력으로 풀어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달의 바다

그림자의 힘

우주의 중심.


좋아하는 것들을 한가득 모아놓은

달달한 사탕주머니라는 말이 꼭 맞는 것 같다.


​<미래소년 코난>, <은하철도 999>와 같은

옛 SF 애니메이션에 대한 향수가 있다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책.


​핀의 다정함에 푸욱 빠져

오늘 하루를 따뜻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도 누군가에게 핀 같은 사람이 되어줄 수 있기를 :)


본 포스팅은 <들녁|고블>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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