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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의 모양
이석원 지음 / 김영사 / 2024년 11월
평점 :
“슬픔의 모양” 이라. 추상적인 감정이건만 형체화시켜 묘사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표현을, 그 감정의 날카로움와 거침, 거대함을 겪어본 사람은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불쑥 솟아나는 두루뭉술한 ‘상태’가 아니라 실제 그것으로 인해 모든 감각이 반응하는 실체화된 감정이 있다.
처음부터 내게 주어져 있었기에 그 종말을 떠올리기가 힘든 존재. 그게 바로 ‘부모’ 아닐까.
그들의 보살핌을 받던 시기를 지나 내가 그들을 돌보아야 하는 날이 오고, 그 끝엔 이별이 예정되어 있다 하더라도 떠올리기 조차 불편한, 감당하기 힘든 무게의 슬픔이다. 하물며 그 일이 갑자기 닥친다면 그 무게에 가속도가 붙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고.
부모를 잃고 쓴 글들은 제법 있다. 애도의 방식은 조금씩 다르지만 떠난 이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기록하거나 자신의 감정을 짚어가며 기리는 이야기들이 있다. 아무리 담담하게 쓴다 해도 그런 경험은 어쩔 수 없이 회한과 그리움이 베어 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은 특이하게도, 그 문턱까지 갔다 되돌아온 가족의 이야기다.
일평생 마냥 살갑고 애틋하기만 한 가족이라 느낀 특별한 감정이 아니라 오히려 뭇사람들과 똑같이 사랑, 예의, 배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짜증과 분노 원망이 뒤섞여 더 끈적하게 엉켜 있는 관계이기에 준비 없는 이별이 현실로 다가왔을 때에서야 비로소 가족들과 마주했던 감정들이 솔직하게 쓰여 있다.
그러나, 그토록 갈망하던 일상의 회복 이후엔 어떻게 되었을까. 그런 위기를 겪은 뒤 깨달음을 얻어 이해와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 됐을까? 아닐 것이다. 그토록 바랐던 일상이 돌아오면서 그 안에 구성요소인 지리멸렬과 환멸이 함께 왔을테니까. 하지만 적어도,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기에 작가는 이 글을 이렇게 담백하게 쓸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끝맺음은 어딘가 할 말을 다 하지 않은 느낌이다. 아마 그것은, 유예된 이별 앞에서 어떤 안도의 말을 할 수도, 그렇다고 대단한 깨달음을 얻고 모두가 완연히 다른 사람이 된 듯 지내게 됐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적어도 그 시간을 통해서 피를 나눈 가족, 나 자신을 형성한 내 환경인 가족들에 대해 어른이 되어 더 깊게 생각하고 이해하게 된 계기의 의미를 반추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건 참 귀중한 일이다.
우리네 인생에는 누군가 살아온 일생의 날을 답습할 수 밖에 없는 요소들이 존재한다. 누구나 겪을 부모와의 이별과 그것을 맞닥뜨렸을 때 느낀 감정들을, 특히 상실 후가 아닌 다시 찾은 일상 후에 그때 그 감정과 변화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기록하고 들려줌으로써 우리도 겪을 그 일 앞에서 어떠할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