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보다 얇은 두께에 약간 안심했다가, 이내 소설을 어려워하는 제 성향을 따라 저만치 거리를 두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소설이란, 가상의 인물들이 잔뜩 등장해서 도무지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잘 모르겠는 문장들이 잔뜩 늘어진 책이거든요. 그러니까 제게 이건 꽤나 큰 도전이었음에 분명합니다.<도서부 종이접기 클럽:천 개의 종이학과 불타는 교실>은 그 제목답게 가벼운 종이접기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약간 으스스한 이야기가 끼어있긴 했지만 그에 담긴 비밀들을 쫓다 보니 어느새 소설에 푹 빠져 있는 저 자신을 발견하게 됐지요.마음 속 깊이 남은 소설 속 한 구절 '일심상조불언중(一心相照不言中)'은 본래 월남 이상재 선생이 남긴 말이라 합니다. '마음이 하나되면 말 없이도 서로를 비춘다'는 의미랍니다. 이 멋드러진 한 구절에 종이접기와 괴담, 10대의 우정과 시간여행을 조밀하게 배치한 작가의 섬세함과 덕력이 돋보입니다.우연히 발견한 창비 이벤트 덕에 아주 오랜만에 소설의 재미를 되새겼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