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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원형신화 원왕부인 본풀이 - 한국의 탐구 ㅣ 한국의 탐구
조흥윤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00년 6월
평점 :
절판
《한국의 원형신화 원앙부인본풀이》가 나에게 낯설지 않았던 것은 작년 이것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 강의에서 전혀 들어본 적이 없는 이 설화와 무척 강조되었던 꽃밭의 개념이 한국 원형신화의 근간을 이룬다는 것 자체가 그 당시에는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다.
이후 이 꽃밭의 개념이 나오는 책《한국의 샤머니즘》을 읽은 적이 있다. 바리 공주의 신가에서 자신을 버린 부모를 살리는 도구로 바리공주가 꽃을 이용하는 것은 참 정겹게 느껴지는 대목이었다.‘한국巫 연구’만 30년 외길을 걸은 동 저자의《한국의 원형신화 원앙부인본풀이》에서도 이 꽃밭은 참으로 강조되었다. 글 말미에 쓰여있는 우리 산천과 본향으로서의 꽃밭의 의미는 이전에 바리공주 신가에서 느꼈던 정겨움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었다. 그것은 우리의 저승이 죽음 뒤의 알 수 없는 공포의 세계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책에서 서술하는 모든 내용들은 상상력이 부족한 탓에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이라 해도 참 기분 좋게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책에서도 나와있었지만 예전에 임사 체험자들의 경험을 다룬 글에서 그들이 믿었던 종교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아름다운 자연배경에서 그들이 생시에 믿었던 신을 보거나 먼저 돌아간 친인척을 반갑게 만나는 것들이었으니 꽃밭을 이야기하는 이 글에 더욱 공감이 가게 되었다.
또, 이 설화를 불교적 해석보다는 무(巫)의 신화를 적용하여 해석해내는 것에 통쾌함 같은 것을 느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신라의 문화는 불교가 아니었다. 그것을 이 분야를 전공하는 자의 이기심이라고 하면 또 할말이 없으나 그런 것에서 오는 기쁨보다는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무의 신화가 이 설화를 얼마나 풍부하게 접근해내는지에 대한 쾌감 같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이 책은 배경지식 없이, 하다못해 주워들은 이야기 하나 없이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낯설게 느껴질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로마신화와 그리스 신화를 수능세대의 필독서라고 외치지만 한국巫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신화들에 관해서는 괴이하고 수상쩍은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다.
나 역시 이 책이 아니었다면 그런 생각의 한편에 젖어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안락국태자전의 노래들이 국문학이 아닌 종교 측에서도 다루어진다는 사실에 놀라워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종교의 심오한 믿음으로 이런 노래들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모르는 이에게는 정말로 생소한 것임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 원앙부인 본풀이를 읽으며 공부가 모자란 내가 이것이 제대로 풀어놓은 것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며 사실은 불가능한 일기는 하나, 우리 신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전무한 이 시점에 이런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기회였다고 여겨진다. 저자는‘찾는 이에겐 또한 원앙부인이 보이는 것이며 상상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으나 나는 찾아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는 그 일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책을 내가 이해하기 힘들었다함은 또한 우리의 상상계가 시들어 가는 것의 작은 반증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의 꽃밭과 같은 자연환경을 찾는 일부터 하여 할 일이 많이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