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경로..내 핸드폰에는 여러 가지 지도 애플리케이션이 설치 되어있다. 핸드폰의 기본 애플리케이션인 애플 지도. 국내에서 쓰기 좋은 카카오맵과 네이버 지도. 해외에서 여행할 때 좋은 구글 지도. 파리에서 파업을 피하기 위해 설치한 citymapper. 여행에서 동선 파악하기 용이한 트리플. 운전할 때 유용한 카카오내비, T map과 모두의 주차장. 지하철 노선도와 버스 어플은 유사 지도이다. 이렇게 나열해 놓으니 온갖 지도를 모두 쓰고 있는 것만 같다. ..내가 군대에 있을 때는 스마트폰이 보급되기 이전이었다. 보안상의 문제로 인터넷 PC는 사용이 제한적이었다. 네이버 지도가 서비스되고 있었으나 지금과 같은 정보를 제공할 만큼 발전되어 있지는 않았다. 한 간부가 인터넷 PC를 골똘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는 지도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일로 지도를 그렇게 보냐고 물어보니, 지도를 보는 것이 취미라고 했다. 이상하다 생각했다. 지도를 보는 취미라니. 그는 그것에서 무엇을 찾고 있었던 것일까. 무엇을 보고 있던 것일까...어느 날 문뜩 그가 이해가 되었다. 계기는 없었다. 길을 찾기 위해 지도를 보는데 그가 생각났다. 어쩌면 그는 그 길을 걷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익숙한 그 거리를, 다시 한번 걷고 있었다. 낯선 그 거리를 처음 걸어보고 있었다. 지도를 보는 일이 어쩌면 그에게는 그곳을 여행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제는 나도 가고 싶은 곳의 지도를 가만히 바라본다. 로드뷰를 통해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은 실제로 여행할 날을 위해 남겨 놓는다...지도들은 목적지까지의 길을 효율적으로 알려준다. 네이비게이션은 차량이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게 골목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때로는 통행이 어려운 길로 안내해한다. 동두천에서 양주로 넘어가는 길이었다. 깜깜한 밤에 아무도 다닐 것 같지 않은 산길로 안내했다. 나는 굉장히 난처해졌다. 차량에 전조등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은 어둡고 좁은 길이었다. 서툰 운전 실력으로 그 길을 과연 넘어갈 수 있을까. 과연 그 길이 내게 최선의 길이었을까. ..또 어떤 지도는 목적지까지 가는 효율적인 수단을 알려 주기도 한다. 올해 12월에 파리로 여행을 다녀왔다. 하지만 대중교통 파업으로 인해 이동하는데 많은 고생을 했다. citymapper라는 애플리케이션은 파업 상황을 고려해 어떤 대중교통을 이용해 효과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지를 알려줬다. 만약 그 애플리케이션이 없었다면 여행 내내 우버를 이용하거나 걷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다. 물개 박수를 치며 감탄을 했다...우리의 삶에도 최단경로가 존재할까. 일단 그럼 목적지부터 설정해야 한다.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한번뿐인 인생 어떻게 사시겠습니까. 시간은 돌릴 수 없기 때문에 빠꾸는 없습니다. 하지만 여행에서도 가끔 길을 잃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순간은 뒤돌아보았을 때 늘 행복했다. 시간에 쫓기고, 다리도 아프고, 비용도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들 수도 있다. 순간은 고생스럽다. 하지만 나는 그런 우연에서 오는 만남이 좋았다...우리도 가끔은 길을 잃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래야 내가 지금 어디에 위치하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조금은 돌아가더라도 조금 더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조금 더 걷더라도 그 다리의 근육이 조금 더 나를 버틸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빠르게 가려고만 하면 언젠가 반드시 사고가 나는 건 아닐까. 그때 지도가 가라는 대로 갔다는 변명이 통할 수 있을까. '애영'이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금 덜 신경쓰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낸 것처럼, 우리도 조금은 즐기며 길을 걷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