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자평에
"기계만 자꾸 팔아먹을 궁리는 그만하고 컨텐츠 정리나 좀 하던지..." 라고
조금 쓴소리를 올려놓고 별 생각없이 있었는데,
댓글이 하나 올라왔습니다.
"안녕하세요. 알라딘 eBook 담당자입니다.
컨텐츠는 출판사와의 협의 등에 문제로 좀 더 많이 공급하고 있지 못한 점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상반기에 천여 종의 전자책과 종이책을 동시출간 하는 등 여러 가지로 노력하고 있으니 불편하시겠지만 양해 부탁 드립니다. 감사합니다."(전자책 MD)
솔직히 감동 먹었습니다. 맘에 안들면 그냥 강제로 지워도 될 터인데 이런 섬세한 댓글까지 달아줄 줄이야. 그런데, 문제는 제 불만이 단순한 컨텐츠 부족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책에 대한 전반적인 불만이라는데 있습니다. 이런 소소한 불만까지 신경써주는 MD가 있다는 것에 자극받아 평소에 느끼고 있었으나 표출할 길이 없던 불평불만을 토로코자 하오니, 관계되시는 분들은 혜량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먼저 제 형편을 밝히자면 이미 알라딘 누적 마일리지가 100만점을 넘고, 종이책 보유량 5,000권에 이르는 자칭 장서가입니다. 작년부터 뜻한 바 있어 전자책에도 입문하여 현재 단말기 4종 보유, 크레마-알라딘으로 300권의 장서를 모으고 있습니다. 문제는 더 사고 싶어도 메모리의 한계에 부딪혔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처음 크레마를 구입할 때 분명히 3,000권을 수용할 수 있다는 광고문구를 보았고, 지금 이 크레마 샤인도 메모리 2배로 늘렸다고 6,000권 운운 하니 잘못 본 것은 아닙니다. 크레마의 내장 메모리는 4G 이고, 소프트웨어용 공간을 제외하면 한 3G 정도 쓸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한 권당 1M byte 가량 예상하여 3,000권으로 잡은 게지요. 그럼 실제 제 크레마에 들어 있는 전자책의 용량을 예시해 보겠습니다.
골짜기의 백합(을유 세계문학전집) : 0.87M
1984(펭귄 클레식) : 0.92M
파계(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 7.28M
일곱박공의 집(민음사 세계문학전집) : 10.75M
순수의 시대(열린 책들 세계문학) : 6.26M
두 도시 이야기(산호와 진주) : 13.25M
돈 끼호떼 1(창비 세계문학) : 14.46M
사기열전 1(민음사) : 11.67M
* A Tale of Two Cities(Project Gutenberg) : 0.86M
* 史記(Project Gutenberg) :2.06M
비교의 편의를 위하여 대략 유수의 출판사 문학전집 중에서 뽑아보았습니다. 보시다시피 종이책으로는 비슷한 분량의 서적이 전자책으로 둔갑하니 분량이 10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대용량 서적에 별다른 자료(그림 등)가 더 삽입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왜 출판사 별로 이렇게 데이터 량이 들쭉날쭉인 지 알 수 없습니다. 가령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을 한 100여권 구입하면 벌써 메모리가 바닥날 것 입니다. 출판사의 원시자료가 문제인지 e-Pub 문서를 만드는 한국이퍼브가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입니다. 특히 Project Gutenberg 에서 제공하는 대부분의 원서 용량이 1M 안쪽인 점을 감안하면 10배 이상의 용량을 잡아먹는 서적은 문제가 크다고 봐야겠죠.
그리고 심각한 기계적인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10M 짜리 서적을 구입하여 다운로드하면 20M의 메모리를 잡아먹는 현상이 있어 안 그래도 취약한 메로리를 더욱 가난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알라딘에서 익히 알고 있지만(저한테 언젠가 개선하겠다는 내용을 보낸적도 있습니다), 기약이 없는 것 같습니다.
콘텐츠 자체에 대하여는 책으로서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대부분 종이책보다 뒤늦게 나오는 걸로 보이는데도 왜 그리 교정오류가 많은지, 문단정렬이나 끌꼴통일 조차 제대로 되어 있는 않는 서적도 있습니다. 콕 찝어 지적해서 안됐지만, 펭귄 판 세계문학전집은 오탈자가 너무 빈번하여 읽기에 신경질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뭐 급하게 만들다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이해되는 면도 있지만, 무료배포문서도 아니고 돈주고 산 유료서적이 그모양이라 울화통이 터지기도 합니다. 잘못된 것은 인정하고 계속 완성도를 높이는 보완작업을 주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연한 요구사항이지만 앞서 잘못된 서적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바꿔주는 A/S 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수시로 시스템 업그레드 뿐만아니라 데이터 업그레이드를 실시하여(성의 문제지 기술적으로는 별 문제 없다고 생각됨), 때로 마루타가 된 고객들에게 약간의 보상이라도 해 줄 자세를 보여야 할 것입니다.
기계문제에 대하여는 10년 이상을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2~3년 정도는 충분히 쓸 거라 예상했는데, 1년만에 업그레이드 된 새 기계가 나왔습니다. 기존 기기 보상판매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크지만, 그거야 그쪽 회사 사정이니 어떻게 할지는 그쪽 마음이지요. 하지만 원칙적으로 전자책 문제에 있어서는 디바이스보다는 컨텐츠에 중심을 둔 프로모션을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기계 값의 10배가 넘는 컨덴츠를 구매한 경험이 있고, 전자책 시장으로서는 향후 판매든 대여든 오직 컨텐츠로 승부해야 전망이 생긴다고 봅니다. 따라서 별스러운 기계를 자꾸 이것저것 내놓아 소비자를 현혹할 게 아니라, 기계선택의 문제를 부차적으로 떨어뜨려야 합니다. 기계는 시간이 흐르면 성능이나 메모리 면에서 부족함을 느낄 수 밖에 없을 터이니, 정기적으로 내부 메모리만 교체해주는 디바이스 성능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제공해 주면 제일 바람직할 거 같습니다.
앞으로 컨텐츠는 계속 범위와 충실도가 확보되는 방향으로 진전하리라 의심하지 않습니다. 단지 기계 문제가 걸림돌이 되어 문화소비자들의 마음에 때로 상처를 입힌다면 무척 개탄스런 일이 될 것입니다. 인터넷 서점의 선도주자 알라딘이 전자책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길 기원하며 몇마디 쓴소리를 적어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