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포위된 아이들 - 내 아이를 위협하는 나쁜 기업에 관한 보고서
조엘 바칸 지음, 이창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서점 진열대에 놓인 수 많은 책들 중에서 어떠한 책이 독자의 시선을 잡는 첫 요인은 아무래도 책의 디자인과 제목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목부터 상당히 경쟁적이고 인상적이여서 내 시선을 잡기 충분했다.
사실 소설과 에세이만 주로 읽는 내게 이런 분야의 책은 소위 '각 잡고' 봐야 되는 책들 중 하나였다. 주로 읽던 분야의 책이 아닌 것을 접하기는 참으로 오랜만인지라 첫장을 넘기면서 긴장한 건 사실이지만 읽고 난 후의 감상을 먼저 얘기하자면 '이런 수준의, 이런 이야기라면 언제든지 괜찮아'가 될 거 같다. 머릿속 복잡해지는 어려운 전문용어를 남발하거나 한 줄로 충분한 이야기를 괜히 몇 줄로 배배 꼬아놓은 류의 책은 분명히 아니다. 게다가 원하는 이야기를 보다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책의 뒷부분엔 ㄱ,ㄴ순으로 찾아보기와 주석이 있어 상당히 친절한 책이니, 부담덜고 읽어도 좋겠다라는 이야기도 덧붙여 적어두고 싶다. 
작가가 털어놓은 어린 시절의 추억부터 시작한 이야기는 제목인 '기업에 포위된 아이들'에 딱 맞아 떨어지는 요즘의 세태를 설명하기 위해 내용을 여러 항목으로 나누고, 항목에 맞게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는 물론 독자인 우리도 알고 있는친근한 예시들을 들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풀어나가고 있다. 
실로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자주 끄덕였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나 또한 겪었던 일이고 무수히 공감했기 때문이다. 많은 이들이 어린 시절 간섭과 관심을 두는 부모님을 두고 내심 그들을 잔소리꾼에 과잉보호를 하는 촌스러운 사람이라며 질색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을 거다. 하지만 참 재밌게도 그와 동시에 부모님이 우리에게 간섭과 관심을 넘나드는 그 특유의 애정을 보여주지 않으면 불쑥 고개드는 서운함 또한 모르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우리가 겪어 알고 있듯이, 아이들이 어른들의 애정과 보호에 질색하는 표정을 지어도 아이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 보살핌을 원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사실만으로도 어른이 되어가고 있거나 어른이 된 우리가 이 이야기와 접해야하는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전에 인터넷을 하던 와중에 이런 내용의 게시물을 본 적이 있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 간 환자에게 처방하는 약의 정도에 따른 국가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야기였는데 결과는 상당히 충격적이였다. 다른 나라에서는 환자에게 간단히 한 두알의 약을 처방하거나 그마저도 굳이 필요하지 
않다며 집에서 충분히 쉴 것을 권장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휴식을 취한 뒤에 나을 법한 경미한 감기에도 꽤 많은 양의 약을 처방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였던 챕터에서도 이와 비슷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겨우 18개월된 아이가 확실치 않은 진단과 과다 처방한 약에 의해 되려 더한 이상작용을 보였다가 약을 멀리하자 밝고 건강한 아이로 돌아오는가 하면, 4살의 어린 아이가 과다복용한 약에 의해 사망하는 일 또한 발생하고 만다.(이 아이의 경우에는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또한 큰 작용을 했다) 굳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쉽게 남용되는 약과 과한 처방 때문에 어른들인 우리 뿐만이 아니라 어린 아이들마저 대단히 위험한 현실에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정도를 넘어선 자본주의와 이익을 따라가는 현 세태는 의약, 의료 시장 뿐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티비며, 게임 심지어 교육 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기업에 포위된 아이들'은 이와 관련된 사례를 소개하여 읽는 독자로 하여금 이 현실이 결코 사회 일부분의 현상만은 아니라는 것을 깊게 각인시켜 주는 역할 또한 잊지 않는다.  
책의 첫 챕터가 시작하기 전에 쓰여있는 문장이다. 

"사회가 아이들을 대하는 방식만큼 그 사회의 정신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도 없다." - 넬슨 만델라

읽기 전엔 시선을 집중시키고, 다 읽은 후엔 마음에 긴 여운을 남긴 문구. 이 한 문장만으로도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지 않는가.
뉴스와 신문을 보며 혀를 끌끌 차는 세상이다. 넬슨 만델라의 말대로라면 그 누가 봐도 지금 시대는 건강하지 못하다. 어느 시대, 어느 곳을 가더라도 100퍼센트의 안전과 행복이 존재하는 곳은 없을 테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오늘날의 많은 일들이 속상하고 가슴 아프다. 특히나 유약하고 여려 어른들의 보호가 절실히 필요한 아이들과 관련된 이야기는 더더욱 그렇다. 
이 책은 무뎌진 보호자들, 그러니까 부모와 부모가 아닌 우리 시대 모든 어른들에게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누구나 수월하게 부담없이 읽을 법한 수준의 책이여서 가족들에게도 권할 생각이다. 내 글을 읽은 다른 독자들은 물론이고 많은 어른들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평을 마치고자 한다.
무뎌진 어른들이 빛나는 시선으로 아이들을 보고, 간섭과 관심을 넘나드는 독특한 애정을 발하며 사회 정신이 건강한 시대가 도래하길 기대하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