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의 겉과 속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머니머니해도 머니를 꿈꾸는 세상
                       -「대중 문화의 겉과 속」을 읽고-


  아침에 눈을 뜨자 마자 FM 라디오를 듣고, 퇴근해서 돌아오면 텔레비전 리모콘부터 찾는
게 내 일상이다. 적어도 하루에 한 두 시간 이상씩 라디오와 텔레비전이라는 방송 매체를
애용하고 있는 편이다. 오직 나만이 이처럼 방송 매체를 가까이 하며 살고 있을까? 21세기
를 살아가는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나와 별반 다를 것 없이 방송 매체 애용자일 것이라는 생
각이 든다.
 때로는 은밀하게 나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다정한 친구가 되어주기도 하고 또 때로는 나를
웃기거나 울리며 편안한 휴식 시간을 함께 해 주는 그야말로 휴식같은 친구, 방송 매체. 일
명 대중 문화라 불리는 그 방송 매체의 진상은 어떤 것인지, 그것이 알고 싶어 이 책을 읽
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피상적이긴 했지만 대중 문화란 궁극적으로 상업성을 목표로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저 막연하게 알고 있던 것보다도
훨씬 치밀하게 모든 대중 문화가 상업성 즉, 돈을 목표로 계획되고 움직이고 있다는 것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나같은 경우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중에서도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인데, 평소에 드라마를
보면서 어떤 의문 하나를 떠올려 보곤 했었다. 그것은 바로 어떤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이든
지 왜 꼭 정원 딸린 대 저택에 사는 최상류 계층의 사람들이 등장하는 것일까, 였다. 언젠가
정원이 있는 넓은 집이 촬영하기에 편해서 그런 집이 나오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
는데, 순진한 나는 '아, 그렇구나'하고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서, 드라마에 언제나 최상류 층이 나오는 것은 그렇게 단순한 이유
에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 124페이지에서 다루고 있는 'TV와 경제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나'편을 보면 TV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시청자의 머릿수가 아니라 구
매력이라는 것이다. 즉 시청률이 높아도 주 시청자 층이 소득이 낮은 계층, 노인층 및 농촌
지역 시청자들에게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면 당연히 구매력이 낮을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
면 방송의 자본 공급원인 광고가 잘 들어오지 않아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갑자기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머리가 멍해졌다. 아무리
서민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더라도 항상 부자가 나오는 이유는 바로, 구매력 때문이었던
것이다. 머니머니해도 결국은 머니를 목적으로 하는 이 철저한 상업성의 논리에 따라 움직
이는 대중 문화의 속성이라니... 그러면서 갑자기 몇 년 전에 종영된 '전원일기'라는 드라마
가 떠올랐다. 농촌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프로그램이었던 드라마가 종영한 데
는 이처럼 자본의 논리가 숨어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왠지 입맛이 씁쓸했다.

 아무리 '바보 상자'라고 욕을 하면서도 그 편안함에 길들여졌기 때문일까? 대중 문화, 하
면 자연스럽게 텔레비전이 가장 먼저 떠오르고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러 종
류의 대중 문화들 중에서도 특히 텔레비전과 관련된 내용을 흥미 있게 읽었다.
 제 1장 '대중 문화의 시대' 편에서 대중 문화의 발전사를 읽을 때는, 어렸을 때 온 동네 사
람들이 둘러앉아 네 발 달린 흑백 TV를 보던 추억이 떠올라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한 장 한 장 재미나게 넘긴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 '대중 문화의 겉과 속'을 다 읽고 났을 때의 느낌은 '내가 대중 문화의 돈벌
이에 이용당하고 있구나'라는 별로 유쾌하지 못 한 깨달음이 가장 컸다. 텔레비전은 말 할
것도 없고 우리 청소년들이 열광하는 스타들,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가지 제품들, 광고, 신
문, 만화에 이르기까지 그 어느 것 하나 진정성을 가진 대중 문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커피 광고의 카피 문구처럼 대중 문화의 유혹은 바로 우리의 주머니를 노리는 악마의
유혹, 그 자체이다. 돈이 없으면 그 유혹에서마저도 소외당하거나 아니면 그 유혹에 영혼을
빼앗긴 범죄자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대중 문화란 예술이 아니라 마케팅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할지라도
어쩔 것인가. 우린 이미 그 악마의 유혹에 너무 깊이 길들여지고 만 것을.
 내가 바라는 것은 다만, 나를 비롯한 우리 청소년들이 그 동안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였던
대중 문화를 이 책을 읽은 지금 이 순간부터라도 좀 더 날카로운 비판을 통해 여과 선택해
서 수용했으면 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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