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낙타의 뿔
윤순례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낙타의 뿔이라는 제목이 재미있으면서도 호기심을 일으키는 것 같다. 낙타를 가까이서 직접 본 경험이 그리 많지는 않다. 그것도 동물원에서 몇 번 보았던 것이 전부이고 책이나 방송을 통해 더 많이 알게 된 동물이다. 그리고 나는 어려서부터 동물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인지 모르겠지만 말이나 양과 함께 낙타는 내게 꽤나 친숙하면서도 익숙한 동물이다. 일단 낙타는 뿔이 없다. 그런데 책의 제목은 낙타의 뿔이라니? 알고 보니 낙타와 관련 돼있는 몽골의 설화가 있었다. 그 내용은 마음이 착한 낙타에게 신이 뿔을 선물로 주셨는데 꾀 많은 사슴이 서역잔치에 잘 차리고 가야하니 낙타에게 뿔을 좀 빌려달라고 한다. 마음 착한 낙타는 굳게 믿고 자신의 뿔을 사슴에게 빌려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사슴은 돌아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돌려줄 생각이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여 낙타에게 있던 뿔은 사라져버리고 사슴이 멋진 뿔을 갖게 된 것이다. 마음 착한 낙타는 그때부터 늘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낙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참 착하게 생겼다. 그것을 넘어 바보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비록 설화이지만 왠지 모르게 낙타의 눈이 더욱 슬퍼보이는 것 같다.
요즘에는 다문화가정이 참으로 많이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예전과는 다르게 떳떳하게 지낸다. 물론 아직 사회에서 큰 팔 벌려 넉넉하게 받아주는 분위기는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많이 좋아졌다. 그들은 그저 평범하게 행복을 누리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뜻하지 않게 아픔을 겪기도 한다. 여기 그들의 이야기가 있다. 꼭 다문화가정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갖은 사연들을 갖고 있는 이들이 한 지붕아래 살게 된 이야기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어딘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막연함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효은은 출생의 비밀을,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게 되고, 이제는 몇 번째인지 모르겠는 조선족여자를 새로 데려오는 아버지, 그리고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 그로 인하여 재산문제를 두고 뒤죽박죽이 되어버리고, 뿔뿔이 흩어지기도, 원하지 않게 같은 지붕아래 모이게 되기도 한 것 모두 쓸쓸하면서도 아프게 다가온다. 뿔을 잃어버린 낙타처럼 무엇인지 모를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듯한 주인공들의 모습 속에서 어쩌면 그렇게 지평선을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이들이 이 사회와 우리들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