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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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요즘 나는 밤 열한 시 쯤이면 무엇을 하고 있나 생각해 보았더니 각기 다른 시간들을 보내고 있었다. 어떤 날은 일찍 잠이 들어버리기도 하고, 어떤 날은 책상에 앉아서든 누워서든 책을 몇 페이지 읽기도 하고, 텔레비전을 본다거나 누군가와 담소를 나누기도 한다. 그런데 무얼 해도 참 어정쩡한 시간인 것 같다. 열한 시를 넘긴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내일을 위해 거의 대부분 꿈나라로 떠나기 때문이다.

가을도 어느새 끝 무렵이다. 곧 겨울이 다가올 이맘때 쯤이면 나는 항상 약간은 우울해지는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내가 우울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스스로를 우울함속으로 찾아들어 가는 것 같다. 이를테면 이제 제법 날카로운 밤바람을 맞으며 익숙하면서도 낯선 길을 걷기도 하고, 음악을 찾을 때에도 마음이 쓸쓸해지거나 괜스레 우울해지는 약간 무거운 음악들을 골라 들으며 그 기분에 젖어들곤 한다. 그리고 눈물을 쏟게 할 영화라든지, 슬펐던 옛 생각들도 하고. 이상한 병에 걸린 환자취급할지 모르겠으나 나는 지극히 정상인이다. 뭐랄까, 그냥 그런 게 좋다. 요상한 취미일지 모르겠으나 겨울을 맞이할 나만의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외로우니까? 그러면 좋은 사람이라도 나타난다면 가을도 겨울도, 마냥 행복하려나.

어쨌든 이런 분위기가 나를 휩싸일 때 쯤이면, 역시나 책 또한 그렇다. 잠잠해져있던 감성을 풍부하게 깨워줄 그런 책들이 나는 마음에 든다. 그렇다고 그러한 책들만 집어 들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같다. 사실 특별한 무엇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도 내 마음을 콕 찌른다.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짧은 글일수록 이상하게 파고드는 것 같다. 그러한 구절이 이 책에 많이 있지만 ‘조각들’, ‘알 수만 있다면’ 이라는 글과 같은 글들이 그러하다. 나는 이렇게 좋은데 누구는 이런 책들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뭐라고 했더라. 중얼중얼 거리는 그 대답이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뭐, 사람마다 다들 다르겠지. 어쨌든 이 계절에도, 이 시간에도, 그리고 지금의 나에게도 이 책은 내게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온다. 저자의 밤 열한 시라는 생각보다 나에게, 그리고 모두에게 해당하는 시간 속에서의 생각과 감정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두 소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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