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이
최진영 지음 / 창비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팽이라는 익숙함이 묻어나는 책의 제목과는 대비되게 책의 표지는 굉장히 알 수 없는 신비함이 묻어있는 것 같다. 특히 검정을 바탕으로 지구인지 달인지 모를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느낌이 그랬다. 그런데 내 동생은 책이 너무 예쁘게 생겼다라고 몇 번이나 감탄을 쏟아냈지만. 최진영 작가의 작품은 한 번도 읽어본 적이 없지만 확실한 건 내가 단편을 좋아한다는 것. 총 열편의 단편이 들어있는 이 소설집은 그래서 마음에 들었다. 그것만으로 첫 페이지를 펼칠 때도 두근거림과 함께 즐거운 마음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먼저 내가 읽었던 열 편의 단편 중 한가지를 꼽으라면.. 사실 대부분의 작품들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고 또 너무 잘썼다고 생각해서 굳이 한 작품을 꼽으라는 것이 좀 어렵기는 하지만 그래도 한 작품을 선택해 보라 하면 나는 ‘창’ 이라는 작품이 인상적이었다. 소설이라는 것이 사실은 재미를 위해서 읽기도 하지만 나는 그 이야기 속에 담겨있는 의미나 비밀에 대해 혼자서 분석하거나 깊게 생각하는 편인데 그런 의미에서 단편을 읽는 것이 중편이나 장편소설을 읽는 것보다 어려움이 느껴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아직 직장인은 아니지만 단편 ‘창’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심정을 잘 헤아릴 수 있었다. 그것은 회사와 직장인을 넘어서 어느 곳에서든 존재하기 때문이다. 또 한 가지 놀라웠던 것은 ‘창’ 이라는 제목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그것이다. ‘창’ 이라는 이야기 속에 연결되어 있는 것이 바로 통유리, window, 창문 이렇게 세 가지의 작은 제목이었는데 제목과 연결되어 있는 공통점을 잘 찾아내 자연스레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것을 보며 감탄하며 읽어 나갔다. 따돌림이라는 것이 주는 그 상처의 깊이가 너무 깊다고 생각하는데 그 아픔을 너무나 담담하게 표현한 것이 더욱 아프게 다가왔다.

돈가방과 남편, 그리고 어디쯤 도 자칫 심심할 수 있는 상황을 다루고 있지만 작가를 거쳐 풀어지는 이야기 속에 강한 힘이 느껴졌고 인상 깊었던 또 다른 작품은 ‘엘리’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작가들은 각자만의 개성을 지니고 있는데 최진영 작가의 문체나 글을 쓰는 스타일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그리고 아마 이 단편집은 오래 지나지 않아 다시 꺼내 펼쳐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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