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 - 강제윤 시인의 풍경과 마음
강제윤 지음 / 호미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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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 섬으로 여행을 떠나 본적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많이 간다던 제주도도 한 번 가본 적이 없다. 이 책을 쓴 저자의 소개를 살펴보니 시인이자 섬 여행가라고 한다. 섬 여행가라.. 뭔가 특이해 보인다. 그리고 혼자 생각했다. 이렇게 넓은 세상에서 왜 하필 섬을 여행하게 되었을까 하면서. 화려하고 멋진 곳이 얼마나 많은가. 그렇게 좋은 곳들을 놔두고 왜 하필 섬일까 하며 혼자 고민에 빠진다. 하지만 저자는 벌써 300여 개의 섬을 여행했다고 한다. 놀랍다.

책을 읽고 있었다. 옆에 있던 누군가가 내가 들고 있던 책의 제목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다’를 보며 한 마디 던진다. 여행의 목적지는 당연히 여행이지 그럼 뭐냐면서. 누가 그걸 몰라서 하는 소리냐며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말은 따로 있는 것이라며 되받아 쳐주고 싶었지만 그냥 웃고 말았다.

여행의 목적지는 여행이라는 것을 누가 모르겠냐만 사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의 모습에는 온전한 여행의 모습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있다. 여행은 모름지기 빠르게 돌아가는 각박한 세상 속에 나와 자유로움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그 점을 말하는 것이다. 여행한답시고 빡빡한 일정 속에서 시간에 쫓기며 서두르는 모습들을 많이 보곤 한다. 그것이 과연 참다운 여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어쩌면 저자가 섬을 여행하는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의 노예에 벗어나기 위함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여행을 하는 동안 사물과 자연, 그리고 사람과 곳곳의 상황들을 관찰하는 저자의 눈이 조금은 특별해 보인다. 각각의 글들에는 여러 가지 주제가 담겨있는 듯 한데 그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들었던 글들은 주로 삶을 바라보는 시선들에 대한 글들이 마음에 남았다. 그 중에 하나.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삶이기에 실수투성이인 우리의 삶을 책망할 필요가 없다는 것. 이 글은 마치 여전히 삶에 서툰 나를 바라보며 하는 말인 것 같았다.

그리고 여행을 하며 찍은 듯 한 사진들은 책을 읽는 흥미를 돋아 준다. 장작불을 떼고 있는 한 아주머니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처리된 감성적인 사진이 한 장 있는데 그 상황을 바라보며 생각해 낸 저자의 글을 보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그 능력이 부럽기도 하고 빼앗아 오고도 싶었다. 지금도 저자는 섬을 여행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소박하면서도 특별한 사진들과 글들에 대한 고마운 마음과 함께 응원을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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