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너무 익숙해서 - 느리게 여행하기
서제유 지음 / 미디어윌 / 2013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여행이 좋아서 여행에세이가 좋아진건지 여행에세이가 좋아서 여행이 좋아진건지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건 나는 여행도 여행에세이도 참 좋다. 여행을 떠나는 순간부터 여행지의 장소와 그 곳의 먹거리, 사람들과의 대화, 그리고 저자의 여행길을 샅샅이 기록해놓은 지침서와 같은 여행에세이, 그리고 마치 내가 여행을 떠나간 것과도 같은 느낌을 대신 느낄 수 있는 여행에세이도 좋지만 여행을 떠나면서 그곳에서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기록해 놓아 깊은 사색이 느껴지는 감성적인 에세이가 나는 조금 더 끌리는 것 같다. 여행지에 대한 흔한 소개하나 없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기분을 한껏 느낄 수 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메말랐던 마음까지 촉촉이 적셔주는 단비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딜 가든 얼마나 오래 걸리든 결국은 돌아온다라는 말이라서 ‘다녀올게’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여행을 떠날 때 항상 ‘다녀올게’라는 말로 여행을 시작한다고 하는데 그러고보니 나 역시도 ‘다녀올게’라는 말을 참 많이 썼었던 것 같다. 당연히 무의식중에 자연스럽게 쓰던 말이었는데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자의 시선에서 ‘다녀올게’라는 말은 굉장히 특별하게 느껴졌다.

특별한 여행자들처럼 거창하거나 화려한 여행을 떠나보지는 못했지만 이런 저런 가벼운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것이 있다. 자고로 여행은 여유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답답한 일상에서 얽매여 있던 나를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힘을 얻고 쉼을 얻기 위해 떠나는 여행인데 간혹 어떤 사람들은 떠나간 여행마저도 시간적 여유, 마음의 여유를 누리지 못하고 무언가에 쫓기듯 여행을 하곤 한다. 여행지에서마저도 대체 무엇이 그렇게 우리를 쫓기게 하는 것인지 잘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내가 책을 읽기 전 막내 동생이 먼저 책을 슬쩍하여 펼쳐보았는데 마지막 페이지까지 덮고서 하는 말이 ‘나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 였다. 왜라고는 물어보지 않았고 ‘그래?’라는 짧은 한마디만 툭 던졌었는데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나니 왜인지 알 것 같았다. 나도 여행이 떠나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사진들과 함께 짧막한 글들에서 무언가 모를 여유가 묻어져 있는 것 같은, 어쩌면 여행했던 순간들의 이야기보다 더 가득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것만 같았다. 지금 당장 떠날 순 없지만 언젠가 멋진 여행을 떠날 것을 기대하게 해준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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