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요시다 아쓰히로 지음, 민경욱 옮김 / 블루엘리펀트 / 2011년 11월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왠지 마음이 평온해지는 이야기, 바로 '그 후로 수프만 생각했다'.

주인공 '오리'는 작은 노면전차가 달리고 가까운 이웃 역에 오래 전부터 다니던 영화관이 있다는 이유로 어느 작은 한 마을로 이사를 오게 된다. 그는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 '트로와'라는 엄마의 샌드위치 맛이 나는 것 같은 샌드위치 가게의 단골 손님이 된다. 그 후, 그는 이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을 하게 되고, '트로와' 주인인 '안도'의 아들인 '리쓰'와도 친분을 이어간다. '오리'는 옛날 영화 매니아로 쉬는 날마다 영화를 보러 자주 영화관에 갔는데 그때마다 녹색모자의 어느 한 중년의 여자와 계속 마주친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 그 여인이 자기가 좋아하는 배우 '아오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트로와' 샌드위치 매출량이 적어지면서 수프를 개발하는 일을 '오리'가 맡게 되어 그는 한동안 수프 개발에만 전념하게 되고, 비밀리에 진행된 '아오이'의 특훈으로 '오리'는 마침내 그만의 맛있는 수프를 만들어 내게 된다.

주인공 '오리', '오리'의 집주인 '오야' (일명 '마담'), 시대의 흐름에 같이 나아가려 바둥거리는 삶이 아니라 진정성 묻어나는 의연함을 가진 '트로와'의 주인 '안도', 당돌해 보이지만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안도'의 아들 '리쓰', 예의 바른 '리쓰'의 친구 '모리타', '모리타'의 할머니 '아오이'가 꾸며가는 마음 따뜻한 이야기.

책을 다 읽은 후, 나는 책을 덮고 한동안 생각에 잠겼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마음이 평온하고 따뜻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시간과 변화의 흐름도 빠르며 냉정하고 혹독한 현실세계와는 다르게 상대방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씨와 시대 흐름을 쫓아가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아닌 의연하게 본인의 이상을 위해 묵묵히 나아가는 모습 때문은 아니었을까. 약간은 답답해 보일지 모르는 아날로그적 삶, 하지만 그것 또한 사람이 추구할 수 있는 행복 중의 하나이리라. 만약 이 동네와 사람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나는 큰 고민 없이 이 동네로 이사를 갈 것이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라면 타인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기 보다는 남을 더 배려하는 마음 따뜻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엄마의 샌드위치 맛이 난다는 '안도'씨의 샌드위치와 '오리'의 수프 또한 너무나 맛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