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의 뱀】

구체의 뱀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2년 1월

【구체의 뱀】

왠지 사람의 마음을 쓸쓸하게 만드는 표지 디자인 그리고 어찌보면 섬뜩해 보이는 표지 문구. 나는 홀린 듯 책을 펼쳐들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읽어내려갈수록 나를 압박하는 알 수 없는 기운들, 그건 무어라 말로 형용할 수가 없겠다.

글의 주인공인 17세 소년 '토모', 이웃집 아저씨 '오츠타로'와 그의 아내 '이츠코', 그리고 '사요'와 '나오'라는 두 딸. 어느 날 토모는 옆집 가족과 같이 캠프를 가고, 거기에서 벌어진 불의의 사고로 '이츠코'가 죽고 토모가 좋아하던 '사요'는 시간이 좀 지나 자살을 한다. 이 일은 모두에게 씻지 못할 상처와 자책감을 남긴다.

부인 '이츠코'와 큰 딸 '사요'가 그렇게 죽은게 자기 탓이라고 생각하는 '오츠타로', '사요'가 그렇게 자살한 것이 본인이 동정으로 상처를 줬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토모', 자기가 던진 담배꽁초로 인해 불이 붙어 죽은거라는 '토모코', 그리고 그것을 약점잡아 '토모코'를 오랜 기간동안 겁탈하는 그녀의 고등학교 담임 '와타누키'. 그리고 그것과 연결되어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들.

하지만 위의 그 사건 하나를 두고도 모두 다른 시각에서 다르게 접근을 하며 다른 인식 차이를 둔다. 큰 사건 하나를 두고 사방으로 가지에 가지를 뻗어나가는 느낌이랄까. 이 책을 읽을수록 나는 혼란에 빠졌다. 책이 '토모'의 시점으로 씌여져 있기에, 토모의 눈으로 보이는 것들을 나도 함께 보고 느끼고 있어, 어느 순간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토모'라도 된 것마냥 아무 의심도 아무 생각도 없이 나, 즉 '토모'와 내가 알고 있고 느끼는 것이 바뀔 수 없는 진실이고 정답이라고 생각해버리는 실수를 범했다. 그렇기에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혼란과 놀람의 연속이었던 것이다. 즉, 글 속의 '토모'와 나는 어느 순간 같은 감정과 충격을 받는 일심동체가 되어 있었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정말 진실인것일까. 빙산의 일각만 보고 판단해 버리는 오류를 범한 것은 아닐까. 내가 오랜 세월동안 알고 있었던 것이 진실이 아니며 전부가 아니다. 그것은 당신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또한, 하나의 작은 거짓말로 인해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 이책은 어쩌면 지금 우리네의 삶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저마다 거짓말을 품고 사는 우리들의 이야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