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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정원 - 회복
지은 지음, 한요 그림 / 나비날다 / 2025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살다 보면 어떤 위로도 쉽사리 들어오지 않는 시기가 있다.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마음은 뒤처지고, 아주 사소한 일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나날.
『그 남자의 정원』은 그런 시간 속에 있는 이들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는 책이다.
주인공은 한때 소설을 쓰던 남자다.
지금은 번아웃과 육체적 부상, 가족의 부재, 연인의 이별 등 삶의 여러 파도에 휩쓸린 채 무기력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런 그의 일상에 제주도에 사는 동생이 구해준 ‘도우미 할머니’가 들어온다. 그리고 할머니는 말없이, 그러나 정성껏 베란다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다.
이 책은 그 정원에서 피어나는 초록의 생명들, 그리고 그 생명을 바라보며 조금씩 되살아나는 주인공의 감각을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따라간다.
그 변화는 눈에 띄게 크거나 극적이지 않다. 오히려 느리다.
하지만 그 느림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이기도 하다.
우리는 너무 빠르게 괜찮아지기를 바라지만, 이 책은 말한다.
“천천히, 천천히.” 그리고 그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정원은 단순히 식물이 자라는 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잊고 있던 감정이 다시 피어나고, 오래된 그리움이 온기를 되찾는 회복의 장소다.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그 베란다 정원에 머무는 ‘시간’이 우리 마음에도 옮겨온다.
책을 덮고 나서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던 문장이 하나 있다.
“나는 회복하는 중이야. 너는 괜찮니?”
그 문장은 단지 주인공의 독백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조용한 안부 같았다.
마치 함께 걷자고 손을 내미는 듯한, 그런 초대처럼 느껴졌다.
『그 남자의 정원』은 소란스러운 위로 대신,
한 걸음 떨어진 자리에서 바라봐주는 조용한 시선의 책이다.
지금 우리 곁에, 위로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건네보길 바란다.
천천히, 천천히, 다시 피어나는 삶의 온기를 함께 느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