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저녁을 먹은 금요일 이른 저녁, 책을 펼쳤다.
책 받고, 내가 우려했던 일이 생겼다.
책에서 나오기가 힘들다.
아이들이 옆에서 자기 봐달라고 계속 엄마를 불러댄다.
"너희 알아서 해~"
알아서 씻고 알아서 밥먹고, 잠들 때까지 내가 책만 보고 있으니 내 옆에 누워서 다들 책 한권씩 펴들고 있다가 잠들었다.
그리고 나도 책을 덮었다.
한번 열면 끝까지 읽을 수 밖에 없는 책이다.
그리고 읽는 동안, 그동안 들었던 많은 뉴스가 오버랩된다.
입양되었다가 사망한 어떤 아이, 형제보육원 사건, 박스에 버려진 어떤 아이, 종교인이 저지른 강간, 해외입양아들의 다큐멘터리, 그리고 4세고시 까지.
이 책에서는 국가에서 <아이들의 집> 이라는 일종의 어린이집과 비슷한데 누구나 아이들을 맡길 수 있고, 24시간 보육이 가능한 가상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아이들의 집은 부모가 선생님을 의심하지 않는다. 부모가 CCTV를 확인할 필요가 없다.
이 책에서 가해자는 부모, 혹은 영리단체다.
부모가 집에서 아이를 키워야 한다고 말하는 단체는 결국은 가해자 집단, 영리단체였다.
인공자궁이라는 SF적인 소재가 나왔으나 크게 활용되지는 얺고, 영리단체의 우스운 변명 정도로 사용된다.
이 책의 또 다른 공간은 공공주택이다. 주인공 무정형은 공공주택을 관리하는 공무원이다. 주택에서 집값이나 계층이 드러나지 않는다.
다분히 유토피아적인 세상을 비집고, 어린이 사망과 해외 입양 두 사건이 격자구조로 반복된다.
글이 다루는 공간은 낯서나 소재가 낯설지 않고 주인공의 감정이 익숙하다.
작가의 필력이 좋아 매우 쉽게 읽힌다.
귀신이 등장해야 하는 상황이 슬프지만, 개연성이 없진 않다.
그래, 아주 오래전 지나간 일인데 원혼이 아니면 누가 해결할 수 있겠는가?
쉽게 읽히지만 읽고 나서 돌아보게 되고 찜찜하고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는 좋은 소설이다.
아이를 키우는 분, 아이를 사랑하는 분, 추천합니다.
<주의 : 하루 저녁은 육아를 방관하고 책에만 빠져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