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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흘러넘쳐도 좋아요 - 혼자여서 즐거운 밤의 밑줄사용법
백영옥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10월
평점 :

처음으로 시작하는 책 수집가 1기♥ 가을에 어울리는 예쁜 에코백과 함께 기다리던 첫 책이 도착했다. 에세이인 만큼 작가 개인의 생각과 경험은 물론 그동안 작가가 보고 들었던 책의 문장, 드라마 대사, 영화의 장면이 각각 수록되어 있어 읽는 내내 작가가 받은 위안과 위로가 오롯이 전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챕터가 짧은 분량으로 나눠져 있어 평소 책을 읽기 어려워하던 이들이나 시간에 쫓겨 독서시간을 갖기 어려운 분들이 읽기에도 참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나온 노희경 작가의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이나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캐스트 어웨이> 등은 내게도 여전히 여운이 짙은 작품이어서 오랜만에 그때의 다이어리와 노트를 찾아보기도 하며 감상에 젖기도 했다.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데 있어서 늦었다는 건 없다. 하고 싶은 것을 시작하는 데 시간의 제약은 없단다. 너를 자극하는 뭔가를 발견해내기를 바란단다. 전에는 미처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느껴보길 바란다.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많은 사람을 만나보기 바란단다. 네가 자랑스러워하는 인생을 살기를 바란단다. 이게 아니다 싶으면 다시 처음부터 시작할 수 있는 강인함을 갖기를 바란단다. (224p)
“살아남기 위해 난 끝까지 버텼어. 그러던 어느 날 파도가 밀려왔고 바람이 뗏목을 밀어줬어. 난 계속 살아갈 거야. 파도에 또 뭐가 실려 올지 모르니까.” (250p)
이 책의 저자처럼 누구에게나 각자의 밑줄은 존재한다. 읽고 쓰는 걸 좋아하는 나는 매일 쓰는 다이어리 외에도 필사용 노트, 드라마와 영화를 보고 나서 쓰는 감상용 노트가 따로 존재하는데, 그런 문장과 장면들은 처음 만난 그 순간뿐만 아니라 세월이 지나도 계속해서 내게 남아 건강한 힘을 주고 따뜻한 위로를 건네준다.
제가 그어온 책 속 밑줄 중 단 하나라도 당신의 상처에 가닿아 연고처럼 스민다면 그것으로 저는 정말 기쁠 거예요. (9p)
이 책은 감기에 걸린 환자들이 약봉지를 하나씩 뜯듯, 추위에 떠는 사람들이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듯 그렇게 마음 아픈 이들에게 단단한 밑줄이 되어줄 것만 같은 책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꺼번에 읽기 보다는 한 두 챕터씩 조금씩 나눠 보는 걸 추천한다. 비스킷도 한꺼번에 먹는 것보단 조금씩 감질나게 먹는 게 더 맛있듯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