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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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죽었다. 정근과 지숙에게는 딸이었고, 철용에게는 친구였으며, 주한에게는 여자친구, 영훈과 혜진에게는 과거의 한 파편이었을 그녀가. 자신의 소리가 담긴 일기 하나 남긴 채 자살해버렸다. 그녀를 그렇게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엇이 그렇게 그녀를 힘들게 했던 걸까.

 

이 소설의 시간과 화자는 끊임없이 변한다. 과거의 유나 목소리에서 현재의 주변 사람들의 목소리로, 그리고 다시 유나 목소리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화자가 바뀌어 소설의 앞부분에선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이 모든 관계와 시간들이 자연스레 맞춰지며 유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주변 사람의 눈으로 유나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이 책에 빠져드는 순간, 책의 마지막장까지 다다르는 건 순식간이었다.

 

어릴 때부터 유나는 다른 또래 아이들에 비해 조숙했으며, 또래 아이들이 자기 자신에 중점을 두는 반면, 유나는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줄 아는 아이였다. 사람들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았으며 상대를 배려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랬기에 유나는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더 크게 상처받아야 했다. 항상 미안한 마음을 지녀야 했고 이해할 수 없는 이들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야만 했다. 아빠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미안해야 했으며,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잘못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럴 의지조차 없는 아빠를 늘 가까이에서 생각해야만 했다. 진실을 마주하고 사과를 하기에 유나의 아빠 정근은 비겁했으므로, 그는 늘 자기 입장을 고려한 생각 속에 고립된 채 억울해했고 그 억울한 마음은 변명으로 이어졌다. 오히려 그는 아빠인 자신을 하나밖에 없는 딸조차 이해하지 못한다 생각했고, 자신을 잘못했다 말하는 딸을 때리기까지 했다. 딸을 때리는 순간에도, 그리고 그로부터 한참의 시간이 지난 뒤에도 정근은 계속 억울하고 분하기만 했다. 딸이 죽기 전까지는.

 

하지만 딸을 잃고 나서 억울함과 분함은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돌아온다. 딸이 봐왔던 자신은 무엇이었을까. 과거에 자신이 그러지 않았다면 지금 유나는 죽지 않고 살아있었을까.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유나를 위해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딸이 죽고 나서야 딸의 20대와 그 일상을 알아가는 정근.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과거를 마주하고 옛날의 자신으로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그의 마지막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소설 내내 아프고 힘들었을 영훈과 혜진이 책장 밖으로 이어지는 곳에선 진심으로 행복해지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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