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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두 사람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지금 이 계절에 부는 바람처럼, 시리게 와닿는 문장이 많았다. 쓸쓸하고 헛헛한 마음이 든다. <아이를 찾습니다>에 나온 윤석과 미라가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한 게 읽는 내내 마음을 먹먹하게 했다.
71p. <아이를 찾습니다> 그에게 미라는 카라반의 낙타와도 같은 존재였다. 목표와 희망까지 공유할 필요는 없었다. 말을 못해도 돼. 웃지 않아도 좋아. 그저 살아만 있어다오. 이 사막을 건널 때까지. 그래도 당신이 아니라면 누가 이 끔찍한 모래지옥을 함께 지나가겠는가.
92p. <인생의 원점> "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은 큰 차이가 있어. 대부분의 사람이 그래. 지금은 날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겠지만 말야. 물론 그 마음이 진심이란 것 알아. 하지만 진심이라고 해서 그게 꼭 행동으로 이어진다는 법은 없어."
122p. <옥수수와 나> 수지는 차를 몰고 회사로 돌아갔지만 나는 카페에 더 남아 있었다. 이상하게 수지를 만나면 나는 그 옛날의 철없던 시절로 돌아가버리고 만다. 응석을 부리고 어깃장을 놓고 위로를 구걸한다. 나는 이제 옥수수가 아닌데, 정말 옥수수가 아닌데, 그런데 수지가 그걸 모르고 있으니, 내가 이제 더이상 옥수수가 아니라는 사실은 아무 의미가 없다. 나는 카페를 나오면서 하늘을 쳐다보았다. 흐린 하늘에는 뒤룩뒤룩 살찐 비둘기떼만 어지러이 날아다녔다.
199p. <최은지와 박인수> "(...) 내가 이렇게 병상에 누워 죽을 날만 기다리면서 느끼는 게 뭔지 알아?" "무슨 자기계발서에 나오는 것 같은 개소리 할 거면 집어치워. 죽을 때 죽더라도 약은 팔지 말자." "살아오는 동안 내 영혼을 노렸던 인간들이 너무 많았다는 거야."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박이 갑자기 주먹을 뻗었다. 병자답지 않은 날카로운 공격이었다. 나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여 피했다. "그렇지, 주먹이 날아오면 이렇게 잘도 피하면서 왜 영혼을 노리는 인간들에게는 멍하니 당했냐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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