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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놀자 ㅣ 엄마랑 아이랑 즐거운 놀이세상 4
김순옥 지음 / 한울림어린이(한울림)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현대사회의 중심은 '가정'이다. 경제발전과 조직적 사고가 최우선이던 개발시대를 지나 가족생활과 개인적 사고에 더욱 가치를 두는 정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가족관계에서도 전통적인 역할관념이 변화하면서 친구같은 아버지, 친구같은 부부관계를 선호하는 이들이 늘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바쁠 수 밖에 없는 어른들은 아이에게 나누어 줄 사랑이 모자라고, 아이들은 항상 엄마,아빠와 함께 하는 시간을 그리워한다. 놀이방에 갈 때도, 유치원에 갈 때도, 놀이터에 갈 때에도.
<책이랑 놀자>는 바로 '책'이라는 매개를 통해 아이와 사랑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갖가지 놀이 방법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한다. 이 책의 구성이 오감으로 느끼기, 사고확장, 뛰면서 놀기, 사회성, 감성 키우기 등의 여러 단원으로 분류되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분류에 연연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이 책의 분류를 따라가다 보면 표지에 적힌 '입학 전,7차 교육과정에 딱 맞는 독서지도'라는 문구가 내포하고 있는 함정을 느끼게 된다. 독서지도라는 목적에 따른 구성을 하다 보니 놀이와 주제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부분도 생기고, 간략한 소개로 넘어가게 되다 보니 이미 비슷한 경험을 한 독자들에게는 시시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는 저자의 일관된 놀이 노하우에 주목해 보자. 놀이 소개에는 그림책을 포함한 준비물이 제시된다. 대부분 문구점에서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거나 혹은 가정에서 흔히 쓰고 있는 재료들이 사용된다. 이러한 놀이감들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기에 아이들의 눈에 가장 호기심이 가는 것들이다. 평소에는 만질 수 없던 밀가루 반죽을 가지고 논다거나, 엄마가(또는 아빠가) 늘 하던 설거지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 일이겠는가. 다음으로 중요하게 생각되는 점이 바로 아이가 주도하는 참여다. 다양한 놀이를 반복해서 경험하게 되면 어느 순간에는 아이가 스스로 놀이를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책표지에 또 적힌 0세부터 6세라는 수식어처럼 이 책이 자라는 아이들에게, 그리고 가족사랑에 초석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저자가 제시하는 다양한 놀이를 놀이 자체로 경험하고, 독자는 또 나름대로의 새로운 방법들을 아이와 함께 찾으면서 말 그대로 '책이랑 놀'수 있게 된다면 우리의 가정도 책놀이의 무궁무진함처럼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