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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개와 춤을
테리 케이 지음, 최인자 옮김 / 북앳북스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병원에서 받은 검사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아 엄마는 다음 주에 정밀 검사를 앞두고 계십니다. 어쩌면 수술을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엄마보다 다섯살이나 많은 아빠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하십니다. 자기가 먼저 죽지 엄마가 먼저 죽는다는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다고 하시네요. 병원 복도에서 혼자 울고 계셨습니다.
며칠 전 읽은 <하얀 개와 춤을>이 생각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오컬트적인 이야기나 미스테리적인 이야기를 좋아해 이 소설도 영혼에 관한 이야기겠거니 기대했는데... 그러나 그것은 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오래되고 신뢰할 수 있는, 그래서 그 누구도 그들의 세월을 갈라 놓을 수 없는 부부의 사랑이야기.
아내가 죽은 후 남편에게 홀연히 나타난 하얀 개. 남편만 볼뿐 아무도 보지 못하고 만지지 못했던 그 개는 위기의 순간 남편을 구하기 위해 사람들 앞에 모습을 나타냅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청혼했던 장소로 가기 위한 늙은 남편의 마지막 여행길에서도 동반자가 되어 남편을 지켜 주죠.
소설에서 부부는 부자도 아니고, 성공한 사람들도 아닙니다. 남편의 탓으로 큰 아들을 잃은 아픔도 있었고 남편에게는 사랑했던 다른 여자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슬픔과 기쁨의 사건을 함께 겪으며 세월을 걸어 온 두 사람은 죽음조차 갈라 놓지 못할 사랑으로 묶여있습니다. 죽은 아내의 영혼이 들어 있는 하얀 개와 춤추는 늙은 노인의 모습. 그리고 남편이 죽은 후 묘지위에 찍혀 있는 개의 발자국. 그후로 아무도 그 하얀 개를 보지 못합니다.
시간이 흐르면 사랑도 변하겠죠? 그러나 부부의 정은 사랑과는 다른 것인가 봅니다. 젊은 시절 그리 많이 싸워 서로 원수와 결혼했다고 하시던 저희 부모님. 사십년의 세월을 싸우며, 사랑하며 사시다 이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슬퍼하십니다. 만약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두분 또한 소설속의 노부부처럼 그렇게 아무도 갈라놓지 못할 끈으로 묶여있을 겁니다.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결혼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 책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