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의 포식자들
장지웅 지음 / 여의도책방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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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철저하게 포식자의 관점에서 시장을 본다. 여기에서 말하는 포식자란 대기업, 기관, 글로벌기업, 이웃나라인 중국과 일본을 뜻한다. 거대한 힘과 자본을 가지고 있는 그들은 어떻게 시장을 바라볼까. 







1장. 첫 번째 포식자, 대기업



첫번재 포식자는 대기업이다. 이 책에서는 우리나라 기업을 대상으로 한국의 오너체제 하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설명해놓았다. 우리나라는 재벌구조 때문에 주식의 지분관계가 복잡한데 주식을 볼 때는 개미의 눈으로 보지 말고 대주주인 오너에게 이익인가 아닌가로 판단해야 한다.






여기에서 인상깊게 읽은 부분은 오너체제가 무조건적으로 나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미국의 전문경영인 체제를 부러워한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은 월급을 위해서 일하고 기업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내려오면 그만이다. 반면에 오너는 회사가 삶의 거의 전부이기에 어떻게든 수습하고 살려서 끌고 간다는 것이다. 


고(故) 이병철 회장이 반도체에 투자하겠다고 했을 때 모두가 그건 실현가능성이 없는 일이라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삼성의 명운을 걸고 투자결정을 밀고 나갈 수 있었던 것은 고(故) 이병철 회장이 기업의 오너였기 때문이다.



2장. 포식자 행세하는 피식자, 노조




이 챕터에서는 노조에 대해서 나와 있다. 대체가능한 노동집약적 제조업 기반의 노동자일 수록 노조에 목을 멘다고 한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이 비노조를 추구하는 건 혁신의 속도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이런 혁신적인 기업들에게는 사람 자체가 소프트웨어이므로 노조가 필요없다. 애플이 전기차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테슬라 직원을 스카웃하고, 테슬라는 애플의 디자이너를 스카웃하고 인력은 돌고 돈다. 이들은 대체불가하기 때문에 노조가 필요없다.


노조가 잘 되는 건 노조에게만 좋을 뿐 기업과 비노조원과 소비자에게는 아무런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3장. 두 번째 포식자, 기관



투기의 뜻은 '시세 변동을 예상하여 차익을 얻기 위해 하는 매매 거래' 이다. 기관이나 외국인이 하는 것은 투자보다 투기에 가깝다. 그들은 가치에 투자하지 않는다.


기관들은 장기투자가 절대적인 가치인 듯 이야기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단타를 한다. 2, 30년 후를 내다보고 종목을 산다는 건 저축과 다를 게 없고, 그 긴 시간을 견딜 수 있는 사람은 극소수다. 장기 투자나 가치 투자는 시간이 흐르면 전문가의 과오나 판단 실수가 희석될 수 있다. 오래 전 실수를 다시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기에 가장 안전하게 책임을 회치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장기투자를 외치는 이유다.



4장. 세 번째 포식자, 글로벌 기업



일론 머스크가 주기적으로 이벤트를 벌이는 건 투자를 받기 위해서이다. 즉 관심이 아니라 돈이 필요해서이다. 


테슬라의 미래는 긍정적이지 않다. 포드와 GM이 전기차를 양산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정부는 테슬라보다 100년이 넘는 역사와 전통을 지닌 포드와 GM의 손을 들어줄 확률이 높다. 


그리고 소비자들도 품질이 같다는 전제 하에 벤츠와 테슬라가 만든 전기차 중 고르라고 한다면 벤츠를 선택할 것이다. 벤츠를 소유한다는 건 벤츠가 지난 아우라를 소유하는 것이고 그럼으로써 자신의 부와 품격을 드러낼 수 있다. 하지만 테슬라 전기차의 주인은 얼리어답터라는 이름 밖에 얻지 못한다. 







아마존과 쿠팡에는 공통점이 있다. 노동집약적인 근로 비중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드론과 로봇, 무인점포 등의 최신기술을 선보이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기계가 사람을 쉬게 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기계의 속도에 맞춰서 갈려 나가는 상황이다. 


글로벌 거대기업의 독점문제는 여전히 진행중이고, 바이든의 공개적인 노조 설립 지지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은 아직 노조가 없다. 과거 27년의 승리가 계속 지속되리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현재 시장의 한계를 인지한 상상력이 돈이 되고 미래에 대한 대비가 된다.   



5장. 네 번재 포식자, 이웃나라 일본과 중국



마지막 포식자로는 일본과 중국이 나온다.


일본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은 도요타다. 한국은 삼성전자다. 여기에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일본은 자국의 자동차 산업을 육성, 보호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어 놓았다. 1억명이 넘는 내수 시장에서 자동차 제조기업과 연관 기업들을 열심히 끌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지만 도요타의 사장인 도요타 아키오는 여전히 전기차 시대를 부정하고 있다. 


여기에 저자가 출장차 일본에 갔을 때 느낀 점을 적어 놓은 부분이 있다. 일본은 아등바등 노력하며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잃어버린 30년 동안 욕망을 거세당하고 순응하고 포기한 채 살아가니 불편할 게 없다는 것이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국민들의 피로 민주주의를 쟁취하고, 촛불로 대통령을 탄핵한 역동적인 나라이다. 어렵게 얻은 건 사라지기 힘들다. 





저자는 일본은 가라앉고 있으며 결국 디폴트의 늪에 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중국은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2019년 중국의 지니계수는 0.495였는데 0.5이상이면 폭동 등이 일어날 수 이는 위험한 수치라고 한다.  


중국 시진핑의 행보는 마오쩌둥을 생각나게 한다. 마오쩌둥은 대약진운동의 실패 후에 재기를 위해 문화대혁명을 일으켰다. 이 거대한 제노사이드로 수많은 지식인들이 죽임을 당하고, 귀중한 문화재가 불태워졌다. 문화가 정치의 노예가 되는 건 망국의 전조다. 현재 시진핑은 공동부유를 위해 교육과 문화를 통제하고 있다. 

 

역시 남의 나라를 까는 건 재미있다. 특히나 그 나라가 일본과 중국이라면.




책이 너무 재미있어서 받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냉정한 금융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포식자의 프레임으로 시장을 바라볼 수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기업의 이면을 알려주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여기에서는 도덕과 정의를 찾으면 안 된다. 철저히 포식자의 입장에서 쓴 글이고, 저자의 어조가 직설적이기 때문에 어떤 이들에게는 이 책이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너무 재미있게 읽었다.


선입견을 없애고 새로운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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