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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문화유산 청동기 비밀을 풀다 - 다뉴세문경, 비파형 동검, 신라 범종 재현기(再現記)
이완규 지음 / 하우넥스트 / 2014년 6월
평점 :
절판
청동기. 흔히 역사서에서만 배우던 시대가 아닌가. 그것도 엄청 오래된. 기원전부터 시작했다면 말이 다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책 제목
자체부터가 '한국의 문화유산 청동기 비밀을 풀다.' 이길래, 청동기 비밀을 풀어? 무슨 비밀이길래? 라는 궁금증을 일으켰다. 부제로
'다문세문경, 비파형동검, 신라범종 재현기'라고 하길래 ??? 이걸 재현해냈다고? 청동기가 어떤 시대인데? 조선시대처럼 가까운 시대도 아니고..
이 것을 재현하고 책으로 편찬한거면 진짜 대단한거 아냐? 이런심정으로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인 현웅 이완규는 비파형 동검과 다뉴세문경, 나팔형 동기와 방패형 동기, 간두령 등을 재현해 낸 장인이다. 그래서 그만큼 청동기의
비밀을 어떻게 풀었는지 궁금했고 이 책을 편찬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다음은 이 책의 서문에서 인용한 글이다.
' 내가 비록 다문세문경과 청동검 등 청동기 유물을 재현해 내었다고 하더라도 옛 장인들의 기술인지는 정확하지 않는다.기록이 없으니 내
방식대로 추정한 것이다. 옛 장인들처럼 빛나는 유산을 만들어 놓고도 후손들에게 전승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내가 청동 유물을 재현해 낸 방식을
정리해 책을 펴내기로 하였다. … (중략)제작 방식이 제대로 되었느니, 고증이 철저하지 못하다는 등 여러 비판도 쏟아질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비판이 활성화 되길 바란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 아닌 건전한 비판 속에 옛것을 재현하는데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 저자
서문 中
건전한 비판 속에 옛것을 재현하는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니.. 이 서문에서 진정한 장인의 정신을 엿볼 수가 있었다. 호기심
반으로 읽으려고 했던 태도가 부끄러워졌고 책이 아닌 진정한 장인을 만나는 듯한 느낌을 받고서야 이 책을 볼 수 있었다.
1.
이 책의 내용은 청동기의 유물을 재현해냈다는 점에서 다 대단했지만, 그중 내 눈길을 끌었던 것은 한국의 7대 불가사의라고 꼽았던
다뉴세문경이다. 기하학적 무늬의 정교한 배치와 섬세함이 돋보이는 유물.
다문경의 분포지역은 광범위하다. … (중략) 하지만 문양이 가장 뛰어나고 정밀하게 제작된 세문경은 오로지 우리나라에서만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p21
세문경의 연구가 1980년대 초부터 주조비법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 모여지면서 다양한 재현에 대한 시도가 많았지만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저자는 만들어냈다니 참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p48-49. 다뉴세문경 문양 조각 과정 中
대부분의 학자는 다문세문경의 거푸집을 흙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저자는 거푸집을 활석을 사용해 제작한다. 대부분의 학자가 흙으로
만들었다고 주장했는데 활석으로 재현해냈다면 거푸집을 만드는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석판에 1만 3000여개의
문양을 일일이 파서 다뉴세문경을 재현해낸게 놀라웠다.
2.
가끔 박물관이나 전시회를 보곤 하는데, 그릇으로 사용되는 도자기에서도 기이한 모양과 용도를 알 수 없는 도자기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름이 붙여져있고 용도를 알려주는 큐레이터가 있다. 한 도자기 전시회에서는 어떤 도자기 용도가 바뀌어 몇 년 전까지 어떤 용도로 설명했는데
최근에는 새로운 용도가 나와서 이런 용도라고 설명받은 기억도 난다.
전시회에서는 눈으로만 구경할 수 없기에 그냥 추측을 하고 큐레이터가 알려주는대로 들을 뿐이었는데 다문세뉴경 뿐만 아니라 이 책의 또 다르게
새로운 사실로 알게된 것은 무기류로 추정되는 '이형동기'다. 전시회로 만났다면 형태로만 보아 당연 제사의식에 사용됐다고 믿게되는 이형동기. 그중
팔주령의 소리는 딸그랑 소리가 아닌 소리의 파장이 합쳐져서 윙윙소리가 난다는 것.
- p115. 필자가 재현한 다뉴세문경과 비파형동검, 팔주령,
방패형동기, 간두령 등 청동유물 등
가운데 왼쪽쯤 검은색깔의 8개 방울달린 것이 팔주령.
장인이 생각하는 것, 학자가 생각하는것, 재현한 사람의 생각은 당연히 다 다르다. 하지만 용도 추측은 그와 비슷하게 재현해 낸 학자가 더
장인이 만든 용도에 가깝게 추측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하며 글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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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저자에게 참 고마웠던 점은 이 책을 편찬한 것이다. 재현한 과정이 해결됐으니 후손들은 더 완벽하게 재현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 말이다. 그러면 언젠가는 박물관이나 전시회에서 모든 유물에 올바른 설명을 들을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한국의 7대 불가사의의 비밀을 파헤칠 뿐만 아니라 그 외 다양한 유물을 재현해낸 저자야말로 진정한 이시대의 장인이라고 생각하며 청동기의
비밀을 푼다라는 책의 제목과 알맞다는 느낌이 든다. 한 번쯤 청동기의 유물이 어떻게 제작되었는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보는것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