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나의 별 세계 거장들의 그림책 1
파블로 네루다 지음, 남진희 옮김, 엘레나 오드리오솔라 그림 / 살림어린이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그 아이는 별하고 인사하는 사이. 한 아이가(아이가 아니어도 좋다) 별 하나를 사랑하여, 소유하고, 불안해하고 불편해하고, 다시 별을 놓아주기까지의 이야기가(그리고 그림이) 섬세하다. 학창시절, 가을 학예회 시즌이면 복도마다 시화전 액자가 빼곡이 걸려 있었다. 문예반 아이들이 열심히 쓰고 그린 것들이었는데, 대개 그다지 관심을 끌지 못하고 비니루 커버에 먼지만 쌓이곤 했다. 워낙 그림들이 뻔하고 어린 나이에도 조악해보여 시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던 것이다. 적어도 글과 이미지가 배치되면 이미지가 글에 우선하는 법. 어린 시인들의 비극은 그런 것이었다. 좌우간 요즘 아이들은 이런 문화적 풍요를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이전 세대들보다 행복하다. 내가 편집자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이런 양질의 책을 발굴하여 만들어낸 편집자들에게도 감사해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오학년, 마니또란 게 유행하던 시절이었다. 반 아이들이 모두 누군가의 마니또가 되어야 했다. 내 마니또는 노효선이라는 아이였다. 나는 여름성경학교 교가(흰 구름 뭉게뭉게 피는 하늘에) 따위나 부르던 건전한 아이였는데, 그 아이는 편지에 해외 팝그룹의 노래 가사를 이야기하며 상당히 수준 높은 문학적 소양을 보여 날 당황케 했다. 확실히 남자는 여자를 따라갈 수 없다. 어쨌거나 마니또에게 감사하는 시간이 돌아왔을 때 난 무심하게도 노트 몇 권을 신문지에 둘둘 말아 건네주었던 것이다. 다른 아이들은 자기 마니또에게 최소 초코렛을 몇 개 포장해 선물했는데 말이다. 두고두고 후회할 일. 그때 그 아이에게 이런 책 한 권 주었다면 좋아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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