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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카스 수업의 장면들 - 베네수엘라가 여기에
서정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평점 :
단순히 여행에세이 책이 아니예요
베네수엘라에서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어요.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야생적인 자연 등 다각적인 면을 넓은 시야로 들여다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책을 읽다보면, 서정 작가님의 서재가 궁금해져요 .책 속의 책들이 있거든요 한 권의 책을 읽었는데, 여러 책을 만난듯한 기분이 들어요:)
마지막 책장을 덮고나면, 카라카스 사람들에게 그들의 자연의 어머니 아빌라산과 그들의 피를 들끓게 하는 '태양의 빛깔'을 간직한 럼과 메렝게 리듬이 함께하는 것이 참 감사하다고 느꼈습니다
✍️ 책에 줄 긋기 좋아하는 사람에게 추천해요:)
밑줄 맛집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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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1 내일은 말이야. 그 내일이라는 말, '마냐나(내일)'에 얽힌 저주와 꿈을 나는 겨우 이해하기 시작했다.
희망을 품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인간이 아직 오지 않은 추상의 시간을 저당 잡아 지금을 지키겠다는 것.
P.32 줄 서는 데 익숙해지지 않으면 지금의 베네수엘라를 살아낼 수 없다. 체념과 망각은 놀랍게도 소극적 생의 긍정으로 이어지고 이는 일상을 허무에서 일시적으로 건져낸다.
P.41 내부 손질도 미처 끝내지 못해 노란 전구 불빛들이 거뭇한 벽을 비출 뿐이지만 밖에서 바라보는 언덕은 찬연히 빛난다. 이 반딧불 부대는 계단식 지형과 한 몸이 되어 굴곡이 많은 카라카스의 흙 파도 위를 유령처럼 떠도는데
P.46 낡은 물건들과 비어 있는 공간들이 삶의 위엄을 선언한다. 여려겹의 삶이 겹친다. 충돌과 혼란이 있는 곳에는 버림(또는 빼앗김)과 떠남(결국 내몰림)이 있다. 그런 일이 만들어내는 결과에 대한 메타포.
P.50 내가 소유한 것이 나를 말해준다는 말은 진실이다. 그러니까 떠나는 자가 처분하는 물건, 떠나는 자가 몸에 지니는 물건, 떠나는 자가 몸에 지니는 물건, 떠나는 자가 또다른 정착지에서 하나둘 모으기 시작하는 물건은 온통 그 자신이다.
P.66 콜레라는 상사병과 그 증상이 거의 같다고 한다. 콜레라 창궐의 시기와 낭만적 사랑의 시대가 일치하다고도 하고.
P.68 처음 보는 벌레, 처음 보는 새, 처음 보는 식물이 가득했다. 낯선 것은 그들이 아니라 내가 되어야 마땅할 것 같은 그런 환경
P.84 존엄사를 울부짖던 모모도 결국 로자 아줌마의 자연사를 끝까지 지켜본다. '감당하는 마음'이 되어가는 것이 인생의 기쁨이다.
이 책은 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