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사는 잠깐인데 우리는 오래 헤어진다
지혜 지음 / 엣눈북스(atnoonbooks) / 2024년 2월
평점 :
지혜 작가님은
만나게 되면 한번 꼬옥 안아주고 싶은 사람이다.
"아파 본 사람들은 아픈 사람의 들썩이는 어깨를 알아보는것" 처럼, 나를 위로해 준 사람이니까.
책 제목과 잠깐 손등에 스치는 그 빛이
그리고 표지의 글씨체가 왠지 내 마음을 서글프게도 하고,
위로가 되기도 하고 왠지 그랬다.
작가는 어떤 사정으로 인해 (낳아준) 가족들과의 부재로 인한 상처, 그 자리를 사랑으로 키워준 가족(고모와 고모부), 그리고 고모부의 상실, 그리고 할머니와 엄마의 상실을 겪는다.
미세하게 흔들리는 삶의 연속에서
사소하고 귀한 행복들과 너무나도 많은 슬픔들이 지나가고, 고모와 작가만이 남아 있었다.
때로는 괴로운 일에는 "모르겠다고", 그저 적은 시간을 할애하고 싶다고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결코 시간이 해결해 주지 못하는 일들도 있다.
"우리가 언젠가는 헤어지게 된 대도 결국 돌고 돌아 한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된다면, 그곳에서 다시 만나게 되는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슬픔과 함께 지내는 법을 배운다.
#인사는잠깐인데우리는오래헤어진다
이 책은 구성이 참 좋다.
가득 찬 글씨로
모든 페이지를 채우는 것보다
중간중간 지혜 작가님이 찍은 사진과
짧은 글들로 마음에 확 와닿게 징검다리를 놓았다.
"나는 빛을 보면 상상을 하게 된다. 대체로 내 주변에 반짝이는 빛을 만날 때 그런 상상을 해 왔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움직이는 빛, 깜빡이는 빛, 멈춰 있는 빛... 그 빛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내게 말을 걸어오는 것만 같았다. 어떤 빛은 수다스럽고, 어떤 빛은 가까이에서 속삭이는 것 같고, 어떤 빛은 먼 곳에서 반짝이면서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메세지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다. 빛이 내게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는 믿음은 내 곁을 떠난 이들 없이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 내가 만든 일종의 습관이거나 미신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어디에나 존재하는 빛이 이제는 볼 수도 만질 수 도 없는 고모부와 할머니, 엄마가 보내오는 메세지라고 생각하면 그들이 어디든지 존재하는 것만 같아 힘들지 않았다. 힘들더라도 덜 힘들 수 있었다.
(중략) 호텔 침대 위를 비추던 빛을 떠올렸다. 가만히 내 이름을 부르는 듯한 그 빛을."
이 글을 읽고 나서 다시 사진을 봤다.
그러자 사진 속의 빛들이 빛나기 시작했다.
이 책은 꼭 밤에 보시라고 말하고 싶다.
그래야 이 책의 진가가 발휘된다.
지혜 작가님의 그다음 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slowseptember
엣눈북스 출판사에서 (@atnoonbooks)제공받아 주관적인 관점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