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세 시대가 온다 - 실리콘밸리의 사상 초유 인체 혁명 프로젝트
토마스 슐츠 지음, 강영옥 옮김 / 리더스북 / 2019년 9월
평점 :
절판


치료법이 적용되기까지 10년이 걸리든 15년이 걸리든 최초로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기업이 모더나든 다른 기업이든 상관없다. 다만 질병 치료에 일대 혁명이 일어날 것만은 확실하다. 방셀은 말한다. "현재 의학계에서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전환에 비할 만한 대변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워크맨에서 아이팟으로의 도약에 견줄만한 사건입니다." p.71

먼저 나는 15분 동안 플라스틱관에 침을 뱉었고, 이것을 실리콘밸리의 실험실로 보냈다. 그리고 앱을 하나 다운받았다. 이 앱을 통해 3주 동안 84가지 유전정보를 상세히 확인할 수 있었다. 유전적 혈통과 관련해 다섯 가지, 생물학적 특징과 관련해 22가지, 유전적 건강 문제와 관련해 일곱 가지, 보편적인 유전적 특성과 관련해 42가지, '웰니스'와 관련해 여덟 가지였다. 이 모든 정보를 얻는 데 199달러가 들었고, 서비스는 온라인이나 약국에서 이용할 수 있었다. p.289

현재 의학은 기하급수적 속도와 수준으로 발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계층 간의 격차도 그만큼 벌어지고 있다.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보험 가입자들은 건강 센서를 착용하고 정기적으로 마이크로비옴 분석과 줄기세포 검사를 받는다. 그래서 이들은 병에 잘 걸리지 않고 암에 걸려도 유전자 치료로 생명을 유지할 것이다. 반면 데이터 의학의 혜택을 누리거나 사보험에 가입할 경제적 여건이 되지 않는 환자는 구시대의 의료 서비스만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의학의 발달에 따른 계층 양분화 현상에 대한 논의는 점점 격렬한 양상을 띨 것이다. 가난하면 일찍 죽는다는 극단적 주장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p.326

얼마 전 "언니는 몇 살까지 살고 싶어요?" 라는 회사 동생의 질문에 나는 "70세!" 라고 대답했다. 동생은 놀라면서 "이렇게 맛있는 것도 많고 재밌는 것도 많은 세상을 왜 70세까지만 살아요? 언니 저는 109살까지 사는게 꿈이에요." 라고 말했다. 맛있는 것도 재밌는 것도 많은 세상이고 점점 더 많아질 세상인 걸 알고 있지만 정년까지 일하는 것도 힘들어지는 고용불안의 걱정은 차치하더라도 건강한 상태로 100살까지 살 수 있을까? 오래 사는 게 과연 행복한 것일까?

인류 탄생 최고의 숙제에 도전장을 내민 실리콘밸리. 세계 최고의 두뇌와 천문학적인 돈이 모인 실리콘밸리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건강에 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그런데 어떤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지 정확하고 알고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구글의 미래>의 저자 토마스 슐츠는 10년간 실리콘밸리를 취재하면서 실리콘밸리의 풍경, 빅데이터,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등을 결합해 질병을 극복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연구의 현장을 보여준다.

평소에 잘 읽지 않는 스타일의 책이라 어렵지는 않을지 시작하면서 조금 부담스러웠다. 평소 자주 접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쉽게 읽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솔직히 너무나 끌리는 제목이기도 했고 그동안 접하지 못한 정보들을 읽을 때마다 놀라웠다. '200세'에 놀랐는데 '500세'까지도 살 수 있다는 놀라운 사실과 그걸 가능하게 만들기 위한 연구들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리고 놀라움과 함께 씁쓸했다. '가난하면 일찍 죽는다는 극단적 주장이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는 문장은 이미 우리의 현실이지 않은가? 아직 암을 100% 치료할 수는 없지만 부유한 사람들은 매 년 몇 백만원에서 몇 천만원까지의 건강검진으로 암을 비롯한 질병을 초기 발견할 수 있고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초기에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다는 걸 알면서도 금전적 부담으로 건강검진을 받지 못하고 살아간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이루어지는 엄청난 연구들이 성공적인 결과물로 세상에 나왔을 때 그 혜택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을까?

건강하고 오래사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이 행복한 일들이 특정 계급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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